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비대면 진료’ 등의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공공의대 설립 문제가 지난 2015년에 시작된 후 5년여 동안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사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 정치권의 지역 이기주의인 것으로 지적된다. 당정이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자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의 지역 챙기기”라고 반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도 전북 지역 선택에 의문을 던지는 등 여야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공공의대 설립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공의대 관련 논의가 국회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2015년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발의한 ‘국립보건의료대학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의원은 앞서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 의대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뒤 무산되자 국립보건의료대 설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며 이 의원은 계획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
이후 2018년 폐교된 전북 남원의 ‘서남대’가 공공의대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이는 지역갈등의 씨앗이 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공약으로 ‘공공의료인력 국가지원 확대’를 내세운 후 이듬해인 2018년 보건복지부가 당정협의를 거쳐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당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세부 심사 과정에서 여야 충돌은 물론 같은 당 의원 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당시 충북 청주를 지역구로 둔 오제세 민주당 의원이 “전국의 의과대학 현황을 보면 지금 전북이 186명이고 강원도가 218명인데 충북은 104명밖에 안 된다”며 “뭘 보고 전북에 한다는 것이냐. 왜 이렇게 충북을 홀대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소위원장인 기동민 의원은 “당론을 완전히 거스르신다”며 오 의원을 자제시켰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전라남도에는 의대가 하나도 없는데 정부가 너무 편파적으로 의대를 설치했다”고 지적했고 곧바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하나 더 만들어야지”라고 거들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비상진료체계 현장 점검으로 지난달 2일 오후 대전보훈병원을 찾아 응급실 등을 살펴본 뒤 송시헌 원장(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허태정 대전시장./연합뉴스
여야 간 대화가 진척을 내지 못하자 호남 출신의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야당 의원에게 전화해 반대하는 이유를 묻기도 했다. 지난 2월 김승희 통합당 의원은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여당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변경해 공공의대법을 안건으로 상정하려 하자 “아니 총리도 전화합디다”라며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으면 안 된다. 전화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데, 왜 반대하느냐’고 물어서 내 소신을 얘기했다”며 “왜 반대를 하냐고 물어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 반대를 안 하게끔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여야는 21대 국회에서도 공공의대 설립 지역에 대해 매듭을 짓지 못하며 협상은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올 7월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경남 창원성산을 지역구로 둔 강기윤 통합당 의원은 “100만이 살고 있는 창원에도 의대가 하나도 없다. 전남에는 두 군데가 있지 않느냐”며 “그런 것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부탁드리겠다”고 밝혔다./김인엽·윤경환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