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훈 이화여대 교수 "김 서림 방지 코팅기술, 식·약품에도 통해요”

식물·해양생물로 만든 복합소재
여러 번 오래 사용해도 효과 지속
식품 항균보존 등 응용분야 확대

박지훈(왼쪽) 이화여대 교수와 제1저자 김슬비씨가 3일 연구실에서 반영구적 김 서림 방지 나노코팅이 처리된 안경과 사이드미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화여대

“기존 안경·창문 등의 김 서림 방지 코팅제와 달리 여러 번 세척해도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인체에 무해한 코팅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코팅 기술을 기반으로 김 서림 방지를 넘어 식품·약품 등의 항균·보존 분야로까지 응용연구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반영구적 김 서림 방지 코팅 기술을 개발한 박지훈 이화여대 과학교육과(화학전공) 교수는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화여대는 박 교수팀이 식물과 해양생물의 추출물로 만든 복합소재로 김 서림 방지 코팅 기술을 개발해 국내 특허출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박 교수와 제1저자인 석사과정 김슬비씨의 연구논문 ‘실리카 복합소재 나노필름의 다층 증착을 통한 김 서림 방지 나노코팅’은 지난 1일 미국 화학회(ACS)저널 ‘ACS 응용물질 및 계면’에 게재됐다.

연구팀의 김 서림 방지 기술은 기존 코팅제의 작용원리와 다르지 않다. 습기가 높고 온도 차가 심한 곳에는 공기 중 수분이 표면에 작은 물방울로 맺히면서 김이 서리게 된다. 물 분자가 모여 50~100㎛(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 정도 크기의 균일하지 않은 물방울이 돼 안경 등의 시야를 가리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작은 물방울조차 맺히지 않도록 표면을 친수성(親水性) 물질로 코팅하면 유리 표면이 젖어도 아주 미세한 수분막만 남게 돼 앞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김 서림 방지 코팅 기술의 경우 세척 후 쉽게 효과가 사라질 뿐 아니라 인체에 장시간 노출할 경우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었다. 박 교수는 기존 코팅제에 쓰이는 계면활성제 등 화학물질 대신 천연소재를 선택했다. 와인의 떫은맛을 내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과 해양생물인 유리해면의 견고한 유리막 형성 기작(작동원리)을 접목해 ‘실리카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유리해면의 생물학적 효소가 친수성을 갖고 있고 인체에 무해해 의약품 원료로도 사용되는 점을 응용했다.

박 교수는 “폴리페놀 위에 유리층이 형성돼 화학적으로 안정되고 유리표면 결착 성질이 우수해 기름 등의 오염이나 세척에도 씻겨나가지 않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며 “5~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얇은 코팅으로 유리 투명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올해 3월 국내 특허를 출원했으며 앞으로 제품화 이후 해외 출원도 계획하고 있다.

KAIST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박사를 취득한 박 교수는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코팅 기술을 응용한 암 진단 연구에도 참여했으며 2018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섰다.

박 교수는 코팅도 플랫폼처럼 다른 물질을 합성해 다양한 기능을 나타내도록 하는 다기능성 코팅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다기능성 코팅을 식품·의약품 등에 응용하면 항균 기능으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해진다. 그는 “이미 밝혀진 과학원리를 실제 산업현장에 응용·접목하는 데 꼭 필요한 연구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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