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교조 합법화, '기울어진 균형추' 된 대법원

대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의 길을 터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한 것은 노동3권을 침해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은 우선 노동조합법과 헌법재판소 결정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노조법 2조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교원노조법도 이를 준용해 가입 요건을 ‘교원’으로 제한했다. 전교조는 이들 조항이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는 2015년 ‘8대1’의 압도적 표결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은 해고 교원 9명이 조합원이란 이유로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가 7년 만에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열어줬다. 이번 판결은 해고자뿐 아니라 실업자의 노조 활동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멍석을 깔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노조법 개정에 앞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해준 셈이어서 강성 노조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근로자들이 노조를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잖아도 노사 협력이 최악인 우리나라 산업 현장이 지나치게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까 걱정된다.

대법원이 ‘기울어진 균형추’가 됐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기아차 산재유족 특별채용 단체협약 등과 관련해 여권이나 진보진영·노동계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전체 대법관 14명 중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벌써 10명에 이른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사법부의 판단이 춤을 추면 법치와 정의는 무너지고 결국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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