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연 성우회 해군부회장(예비역 중장).
국방부가 최근 국방중기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첨단 과학기술 중심의 전력구조 개편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무력화하고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도 대응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중기계획에는 해군의 꿈인 경(輕)항공모함과 4,000톤급 원자력추진잠수함(SSN) 건조, 차기 이지스함의 미사일방어체계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두 기동함대의 핵심전력이다.
우리는 세계 1위의 조선 강국답게 이지스 구축함과 3,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했고 경항공모함·SSN 건조 기술력이 있다. 기동함대는 지휘 통제함인 경항공모함과 이를 호위하는 이지스구축함·잠수함·해상초계기 등으로 구성된다. 해군은 이런 호위전력을 구비했거나 확보 중이다. 이제 남은 전력은 그 정수인 경항공모함이다. 경항공모함 건조비는 2조원 정도로 국방예산 내에서 충분하다. 공군이 운용할 예정인 경항공모함 탑재 수직이착륙기는 해·공군 합동작전수행 능력에도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경항공모함은 지상·해상·공중 모든 영역에서 작전 가능한 움직이는 비행장이라고 할 수 있다. 상륙수송 능력도 뛰어나다. 한국 수출입 길의 99.7%가 바다다. 바닷길이 막히면 우리 경제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경항공모함은 대양에서 우리 생명선과 같은 바닷길을 지킬 수 있다.
경항공모함은 북한 인근 해역·독도·이어도와 7광구의 먼바다에서 해양 분쟁이 발생하면 즉시 달려가 국익을 수호할 수 있다. 이미 항공모함을 수 척씩 보유한 일본·중국은 동·서해를 장악하려 한다. 항공모함이 잠수함·항공기 공격에 취약하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항공모함을 보호하는 호위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기계획에 담긴 SSN 운용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억제전력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사전에 봉쇄할 수 있는 SSN을 보유해야 한다. 일본·중국의 해군력은 우리보다 강하다. 한국 해군이 SSN을 보유하면 주변국 심장을 겨눌 수 있는 장거리 잠(潛) 대지미사일이라는 ‘한방’이 있어 우리를 함부로 넘볼 수 없다.
중기계획 중 백미는 차기 이지스함에 해상 운용이 가능한 탄도탄 요격미사일을 탑재하는 것이다. 현재 운용 중인 세종대왕함을 포함한 3척의 이지스함은 탐지능력은 뛰어나지만 요격미사일이 없다. 이제 차기 이지스함이 동·서해에 배치되면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해도 요격이 가능하다.
한국의 미래 안보위협은 바다에 있고 바다에서 오는 적은 바다에서 막아야 한다. 해양 안보위협이 현실화하면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기동함대’의 위치를 제일 먼저 물을 것이다. 우리 해군의 기동함대 건설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국방부의 중기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군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