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엄마와 어린 딸을 홀로…두원이는 어벤저스보다 더 영웅”

■ ‘오!문희’ 주연 배우 이희준 인터뷰
“나였다면 못 버티고 도망갔을텐데…
나문희 선생님께 삶에 대한 태도 배워
가족의 소중함 담긴 영화…힐링 될 것”

영화 ‘오!문희’ 스틸컷./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뿐…“

영화 ‘오!문희’의 주인공 두원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리쌍의 노래 ‘내가 웃는 게 아니야 ’의 가사 한 소절이 생각난다. 그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유치원생 딸 아이를 혼자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 부인은 없다. 이런 삶이 버거워 어느 날 집을 나가 버렸다. 인심 좋은 이웃과 직장 동료들이 그의 사정을 이해해주긴 하나, 가족부양의 책임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시크릿쥬쥬 요술봉을 신나게 흔들며 춤추는 어머니와 딸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는 그의 진짜 속은 어떨까. 여기에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인 딸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 상태에 빠진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영화에서 두원을 연기한 배우 이희준은 “내가 두원 입장이었다면 짐 싸들고 도망갔을 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코로나 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화상을 통해 비대면으로 만난 그는 어느 날 촬영장소에 누워 있다가 문득 ‘내가 진짜 두원이라면…’이라는 생각이 들자 두원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면서 “두원은 겉으로 보기엔 소심하고 소소한 인물일지 모르지만 버티면서 가족을 지켜낸다. 어벤저스보다 그가 더 영웅”이라고 말했다.


영화 ‘오!문희’ 스틸컷./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치매 어머니 문희 역은 배우 나문희가 맡았다. ‘생활연기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는 나문희는 늘 그렇듯이 이번 역할도 ‘문희’라는 인물 자체가 되어 열연을 펼친다. 이번 영화에서는 액션 신도 꽤 많이 소화했다. 이희준과 호흡을 맞춰 관객을 쉴 새 없이 울렸다 웃겼다 할 뿐 아니라 도로에서 구르고, 높은 나무에 올라가고, 심지어 트랙터 운전까지 했다. 올해 나이 여든.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배우다.

이희준은 “촬영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나문희 선생님이 ‘너무 잘 한다. 희준씨 마음대로 해봐. 다 받아줄 게’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촬영 전부터 대선배로부터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그에게는 큰 힘이 되는 말이었다.

그는 또 “선생님에게서 삶과 연기에 대한 태도를 배웠다”며 “끊임 없이 대본을 외우고, 새로운 음악을 듣고 걸으면서 운동을 하셨다. 후배들을 아끼는 모습에서 많은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영화는 코로나 19가 재확산된 시점에 개봉을 했다. 개봉 시점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이희준은 “영화를 보러 와 달라고 말씀드리기가 죄송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부모님 모시고 바람 쐬고 싶을 때 마스크 잘 쓰고 영화관에 와서 봐주신다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힐링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영화 ‘오!문희’ 주연 배우 이희준/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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