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나자 당내 중진들의 비판 발언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유력 대권 주자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포함한 이른바 무소속 4인을 지칭하는 ‘홍·태·상·동(홍준표·김태호·윤상현·권성동 )’의 복당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한 단체의 수장이 바뀌면 100일간 비판을 자제하고 조직을 정비할 시간을 주는 이른바 ‘허니문’을 끝내고 중진들이 본격적으로 김종인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 맞춘 듯 장제원 “복당 결단”·홍준표 “고맙”
부산지역 3선 장제원 의원은 6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를 해결해야 할 차례”라며 “그리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문제를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는 것은 공당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4·15 총선을 치른지도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간다. 비대위원회가 출범한 지는 100일이 넘었다. 당명도 교체하고, 정강, 정책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권을 쥔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역량이 검증된 지도자급 국회의원들의 복당을 막는 것은 당을 비대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속 좁은 리더쉽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지난 4월에도 무소속 당선 의원들의 복당을 주장했지만, 이후 이 문제를 띄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가 지난 3일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나자 이날 다시 복당 문제에 대한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 글에 “그래도 장제원 의원이 나서주니 참 고맙소”라는 댓글을 달며 복당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중진 ‘무용론’ 우려…100일 지나자 비판 가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김종인 비대위의 취임 100일을 전후해 지도부 비판에 나선 것은 장 의원뿐만이 아니다. 사실 장 의원은 그간에도 비대위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해 꾸준히 반대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 4일에는 3선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도 나서 김 비대위원장의 당 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조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취임) 100일 동안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가 있다”며 “(당 지도부인)비대위가 당 전체를 안고 끌고 가야 하는데 약간 별동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당의 중심인 의원총회에 잘 출석하지 않고 와서도 인사말만 하고 떠나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은 정상적인 체제가 아니고 민주적이지도 않고 당을 통합시키지도 못한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31일엔 김태흠 의원이 당명 변경을 두고 “중대한 당명 개정, 정강정책 개정을 몇 사람이 투명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진 사이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나서 의도적으로 당 중진들의 힘을 빼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더욱이 이달 시작된 정기국회, 다음 달 국정감사 등에서 중진들의 존재감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은 3선 이상 중진들이 힘을 쓸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가 ‘0’이다. 원구성 협상에서 지도부의 의중에 따라 상임위원장 자리 18석을 모두 여당에 내줬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은 발의된 법안을 심사할 회의를 열고 주재하는 막강한 자리로 통상 당의 3선 중진이 맡는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이 권한이 없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진행되면 176석으로 상임위에서도 절대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처리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역할을 못 하는 중진들에 대한 ‘무용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중진 누르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당내 초선에 출마를 권유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의원 103명 가운데 58명(지역구 40·비례대표 18)이 초선이다.
한 중진은 “상임위원장을 하면 해당 분야의 각종 협회와 기업, 관련 국민 등 이해관계자를 모두 알게 되고 그렇게 네트워크를 쌓는다”며 “상임위원장 2년을 하면 그 분야의 정치·경제·사회와 관련된 첨예한 이슈를 이해하고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위에서 백전백패하고, 중진들의 힘이 빠질수록 김종인 비대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들도 자중지란 ‘홍태상동’ 복당 쉽지 않아
지난 4월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제기된 홍준표와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등 소위 ‘홍태상동’의 복당마저도 당내에서 지역별로, 중진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결단하기에는 당내 역학관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데다 지난 대선 후보로도 출마했고, 김 의원도 경남도지사로 활동하며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뿌리가 깊다. 윤 의원과 권 의원은 모두 4선이다. 윤 의원은 외교통일위원장을 역임하고 지역에서 무소속으로만 내리 두 번 당선해 지역구인 인천에서 지지층이 두텁다. 권 의원은 강원도 최다선 의원이자 법제사법위원장과 사무총장을 지내 당내에서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한 의원은 복당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가 결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를 한 홍준표 의원은 들어오는 순간 김 비대위원장과 대립할 수밖에 없고, 김태호 의원도 복당하면 순식간에 ‘PK 대망론’이 나와 PK 지역 의원들이 들러리가 될 것”이라며 “권성동, 윤상현 의원은 모두 4선으로 당장 내년에라도 원내대표에 나설 수 있는데 다른 4선 이상급 의원들이 좋아하겠느냐”고 분석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