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체크]"일단 싣고 보자" 中 수출업체 불안감에 중→미 컨테이너 운임 급등

언제 미중 무역갈등 심해질지 몰라 中은 생산과 선적 서두르고
美 수입업자는 크리스마스 선물 대비해 최대한 재고 확보 나서

크레인을 실은 바지선이 지난 8월26일 미국 시애틀 인근 퓨젓 사운드 만에서 컨테이너를 가득 적재한 배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중 무역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선 운임을 급등시킨 주요 원인인 것으로 지목됐다. 언제 새로운 제재가 발동될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중국 수출업계가 ‘싣고 보자’는 식으로 나섰고 이에 해운 운임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무역갈등 확대 우려는 중국 제조업자들이 생산과 선적을 서두르게끔 만들었다”며 중국발 미국행 운임 급등 이유를 분석했다.

상하이 해운 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현재 로스 앤젤레스항을 포함한 미국 서부 해안으로 화물을 배송하는 비용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639달러다. 5월에서 8월까지 3개월간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운임이다.

미국 동부로 가는 운임도 마찬가지로 높다. 상하이에서 뉴욕항과 뉴저지주 뉴어크항 등으로 가는 운임은 FEU딩 4,207달러로 5월에 비해 65% 이상 상승했다.

중국발 미국행 해운 수요 증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국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미국 서부까지 가는 컨테이너 화물량은 5월에만 해도 전년 같은 달 대비 두자릿수 마이너스였다. 그러나 6월과 7월은 각각 전년 같은 달 대비 +2.8%와 +1.9%로 역전됐다. 7월 상하이에서 미 동부로 가는 컨테이너 화물량도 지난해 7월에 비해 4% 증가했다.


운임이 급등한 데는 공급 측면의 이유도 있다. 해운사들은 올 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정기선 편수를 확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해운 수요가 늘어났지만 이에 맞춰 즉각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은 해운산업 구조상 어렵다. 화주들은 일단 싣고보자고 하는데 선주들은 배편을 단기에 증가시킬 수 없어 수급 불균형 발생했고 이는 운임을 더욱 가파르게 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4분기는 해운 수급이 더 타이트하다. 일반적으로 3·4분기는 미국의 수입상들이 크리스마스 연휴 선물 수요에 대비해 해외 생산 제품을 본격 구매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자전거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상하이제너럴스포츠의 한 책임자는 “현재까지 들어온 주문을 맞추려면 적어도 내년 설 연휴 전까지는 생산능력을 풀로 가동해야 한다”고 SCMP에 말했다.

포워딩업체인 노먼 글로벌 로지스틱스 관계자는 “미국의 수요는 예상보다 빨리 반등했는데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수요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서 “이에 미국의 수입업체는 가급저이면 더 많은 재고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류 분야 데이터 제공사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 5월 세계 컨테이너 배 중 운항을 쉬는 배의 비중은 11%로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았다. 그러나 8월에는 쉬는 배 비중이 5%로 낮아졌다.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중국 국영 코스코는 월별 운송 능력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월 13%, 8월 24%, 9월 24%씩 확대해 놓은 상태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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