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코리아
마침내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뮬란’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199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뮬란은 디즈니 최초의 동양 여전사 애니메이션이자 중국 남북조 시대의 영웅인 화목란의 실화를 토대로 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죠. 무려 22년 만에 디즈니가 실사화에 나선데다, 앞서 개봉한 디즈니의 ‘알라딘’이 호평을 받으면서 영화 뮬란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졌습니다.
하지만 개봉까지는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오래전에 촬영을 마쳤고, 지난 3월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 차례 개봉이 연기됐죠.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디즈니는 결국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에서 뮬란을 공개하기로 결정합니다. 다만 디즈니+의 구독자도 뮬란을 보기 위해서는 29.99달러를 별도로 지불해야 합니다. 특정 콘텐츠에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두고 두고 여러 논란이 있긴 했지만, 마침내 뮬란은 지난 4일 디즈니+에서 공개됐습니다. 디즈니+를 이용할 수 없는 한국 등에서는 9월 중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유역비/AFP연합뉴스
그런데 개봉 이후 이 영화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습니다. 보이콧을 주장하는 이들은 뮬란 역할을 받은 주연 배우 유역비를 이유로 내세웁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역비는 지난해 8월 홍콩에서 민주화운동이 확산되던 당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며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는 내용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트위터에서 ‘보이콧뮬란’ 유행하며 비판이 계속되자 유역비는 지난 2월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명백하게 매우 복잡한 상황이고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드러냈지만, 분노는 식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조슈아 웡은 최근 트위터에 “디즈니가 중국에 굽실거리고 유역비가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홍콩에서의 경찰의 만행을 지지하기 때문에, 나는 인권을 믿는 모든 사람들이 뮬란을 보이콧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여타 아시아 국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태국의 한 학생활동가도 “디즈니와 중국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한 국가의 폭력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 모두를 뮬란 보이콧에 초대한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최근 태국에서는 군주제를 개혁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데, 홍콩의 시위대가 이를 지지하면서 뮬란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겁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는 반대로 홍콩경찰과 중국정부를 지지하는 유역비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위터 캡쳐
디즈니+에서 첫선을 보인 뮬란에 대해 현지 언론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작비에만 약 2억달러(약 2,379억원)를 쏟아부은 뮬란은 과연 알라딘의 뒤를 이어 흥행에 성공할까요? 아니면 코로나19라는 악재와 보이콧 움직임에 밀려 실패할까요?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