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방역실패 빌미 제공 그만"…개천절 집회 '경계령' 내린 국민의힘

주말인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일부 보수단체가 개천절인 다음달 3일 다시 한 번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국민의힘에서 집회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고통 받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며 “뿐만 아니라 개천절 집회(예고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전을 되찾을 때까지 공동체 건강과 안녕을 해하는 집회는 진보·보수, 이념과 목적을 떠나 허용돼선 안 된다”며 “조은산의 시무7조 상소문이 현 정부의 모순을 꼬집으면서 풍자와 해학을 잃지 않았듯 광장 나서지 않아도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얼마든지 정부 비판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집회 추진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길 호소드린다”고 당부하면서, 정부·여당을 향해서도 “방역실패 책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그만해 달라. 단합된 국민의 힘만이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천절 집회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도 추석 연휴 기간에 이동자제 권고를 내렸다”며 “이런 마당에 개천절 대규모 집회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저는 그 집회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집회 이야기가 들린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과 방역당국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개천절 집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가 집회의 자유, 정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위험을 부정하고, 방역의 필요성과 효과를 부정하고 자신들 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을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연합뉴스

아울러 “보수의 이름과 가치를 참칭하며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체의 시도는 우리 당과 지지자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원 지사는 지난 15일 있었던 광화문 집회를 언급하며 “우리 당은 그 집회와 거리를 뒀지만 일각에서 미온적 태도를 취한 듯 했다. 당 구성원 일부가 적극 참여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런 오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이번에는 단호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제원 의원 이날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폭주를 막아내야 할 저희 제1 야당이 많이 부족해서 또 다시 대규모 장외집회가 예고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한없이 면목 없지만, 광화문 집회에 나갈 계획을 세우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아직도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하게 된다면, 오히려 문재인 정권이 자신들의 방역실패에 대해 변명하고 면피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많이 부족하고, 가진 힘도 없지만, 저희 ‘국민의힘’을 조금만 더 믿어 주시고 10월 3일 광화문 집회에 나가시는 것은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개천절 집회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Again 10.3 14:00 자유우파 집결’이라는 문구가 적힌 집회 포스터 파일이 퍼지며 알려졌다. 주최가 어디인지는 따로 적혀있지 않으나, 경찰은 개천절 대규모 집회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지난 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계속하면 한 달 뒤부터는 목숨을 던지겠다”는 발언을 놓고 개천절 집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는데, 전 목사는 이날 오후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에 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개천절 대규모 집회와 관련해 “제가 하는 게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