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경.
통상 가을은 분양시장의 대목이다. 하지만 서울 분양시장은 예외가 될 거 같다. 8월까지만 해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한 ‘막차 물량’이 대거 몰렸으나 9월 들어 이들 물량이 소진되면서 공급 절벽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7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서울 새 아파트 분양물량은 ‘0가구’다. 이달 공급은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청약을 받은 ‘신목동 파라곤(신월4구역)’ 153가구뿐이다. 문제는 이후에도 서울 분양 물량을 늘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얼투데이 집계대로라면 다음 달 3,000여 가구가 분양 예정이지만, 아직 분양 일정이 확정된 곳이 없다. 11월 1,500가구, 12월 1,900가구 예정 물량도 분양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양예정단지가 모두 상한제 직격탄을 맞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이기 때문이다. 이들 조합들의 경우 후분양 등을 저울질 하고 있다.
분양 업계에서 전통적으로 9~10월은 연간 분양물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가을 분양 특수로 불린다. 그런데도 서울 분양시장이 ‘시계 제로’에 빠진 것은 상한제 때문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7월 29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과거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당시 2008~2009년 2년간 급격한 공급절벽이 나타난 바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당시 서울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2006년 3만 400가구에서 분상제가 시행되던 해 밀어내기 분양이 나타나며 2007년 5만 가구로 급증했다. 이후 2008년 2만 1,900가구, 2009년 2만 6,600가구로 2년간 인허가가 반 토막이 났다.
한편 상한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 참여해 당첨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 7월부터 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된 사람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2.7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상반기(1∼6월) 평균 최저 가점(55.9점)보다 6.8점 상승한 값이다. 이 같은 점수는 30대는 넘볼 수 없는 점수다. 5인 가족, 만 39세 가장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62점으로 당첨 최저 가점 평균치(62.7점)조차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새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대기 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0대에게 “청약을 기다리라”고 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하는 30대에 대한 질문에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저희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