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G장비 잭팟'은 발로 뛴 JY의 작품

[美 버라이즌과 8兆 규모 계약]
반도체 버금가는 '플래그십' 쾌거
버라이즌 CEO와 협력 논의하고
수차례 화상통화 등 수주 공들여
JY 직접 나선 '영업 활동' 빛발해
통신장비 혁신 일궈 경쟁력 입증
'4대 미래성장사업'에도 청신호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26일 경기도 화성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2016년 9월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사 만나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분야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앞줄 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통신 본고장인 미국에서 국내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인 8조원 규모의 초대형 ‘잭팟’을 터트리며 글로벌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초격차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세대 통신장비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주목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일군 ‘반도체 사업’에 버금가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4대 미래성장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8월 ‘180조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5G를 인공지능(AI)과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와 함께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당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칩셋·단말·장비 등 전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주도해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2019년 새해 첫 경영 행보로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 라인 가동식에 참석해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5G 통신장비 사업의 혁신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통신사들과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데 이어 미국에서 버라이즌·AT&T·스프린트와 5G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부회장이 혁신을 통한 5G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것은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이 반도체와 스마트폰·TV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델오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삼성전자의 5G 기지국 시장 점유율은 16.6%로 경쟁사인 화웨이(32.6%)와 에릭슨(24.5%), 노키아(18.3%)에 뒤처져 있다.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5G 기술을 선도하는 모습에 비해서는 부족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버라이즌과의 대규모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기술적 성과와 신뢰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첨단 통신장비 사업이 이 부회장 시대의 첫번째 ‘플래그십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뎀 칩을 비롯해 5G 핵심 주요 부품들은 다운로드 속도가 우수하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가상화 솔루션의 경우 가입자 수용 용량 면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5G 통신장비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9년 12월 캐나다 비디오트론을 시작으로 미국·뉴질랜드·캐나다 등에서 신규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5G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 이번 버라이즌과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통해 5G 네트워크 영토를 빠르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초고주파(mmWave), 저주파(sub-6), 가상화 RAN 솔루션 기술 분야를 개척해왔으며 칩셋부터 단말, 네트워크 장비까지 토털 5G 솔루션을 제공하는 5G 선도업체”라며 “삼성은 5G의 가능성을 실현하고 확대하는 데 혁신적인 네트워크 기술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번 대규모 수주가 성공한 것은 이 부회장이 직접 발로 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만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통신장비 사업은 계약 규모가 크고 장기 계약이 대부분이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약속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이 부회장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 활발하게 교류해온 것이 이번에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또 이번 계약을 앞두고도 베스트베리 CEO와 여러 차례 화상통화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며 수주에 공을 들였다. 이 부회장은 베스트베리 CEO가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사인 에릭슨의 CEO를 맡고 있던 시절부터 꾸준히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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