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호 출렁다리는 총 길이 402m로 국내에서 가장 긴 현수교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예당호 출렁다리는 야경이 아름답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불안한 일상 속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하루하루가 덧없이 지나간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입추(立秋)를 지나친 지 한참이고 백로(白露)마저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이미 본격적인 가을이다. 그렇다고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기에는 이른 지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을 가장 먼저 느끼려면 하늘을 바라보자.
힘들여 산에 오르지 않고도 하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다리 위로 올라서면 된다. 십수년 전부터 출렁다리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 전국의 웬만한 곳에는 다리가 하나씩 놓였다. 본래 쓰임새야 건너가기 어려운 두 지점을 이어주는 것이지만 때로는 그 자체로 명소가 되기도 한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부터 액티비티를 위해 태어난 스카이워크까지 그 명칭과 쓰임새도 다양하다.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린 시기에 숨은 비경을 간직한 전국의 다리 명소에서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해보기를 추천한다.
☞402m 국내 최장 현수교 ‘예당호 출렁다리’
걸을때마다 파도 타듯 움직임…한적함에 재미 더해
온전히 다리로 인해 명소가 된 곳이 있다면 대표적인 곳은 충남 예산군 예당호다. 지난해 4월 개통한 예당호 출렁다리는 총 402m 길이로 국내에서 가장 긴 현수교다. 현수교란 케이블에만 의지해 매달려 있는 다리를 일컫는데 사람이 걸을 때마다 파도를 타듯 흔들거리는 움직임에 출렁다리라고도 불린다. 과거 예당호가 여행자에게 한적함과 여유로움을 안겨줬다면 출렁거리는 다리는 건너는 재미를 더해줬다. 주탑 위 전망대에서는 예당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굳이 산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밤이면 형형색색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이 호수 주변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다리가 놓이면서 예당호를 찾는 사람이 배나 늘었다고 하니 호수가 아닌 다리가 주인공이 된 셈이다.
다리는 산책길로도 이어진다. 예당호 수변에 조성된 느린호수길은 수변공원에서 출렁다리를 거쳐 중앙생태공원까지 총 7㎞ 구간이다. 턱이나 계단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부담이 없고 물에 잠긴 나무와 낚시터 좌대 풍경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길 이름대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여유를 갖고 걸어야 예당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출렁다리는 매달 첫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9시부터 오후10시까지 개방하며 음악분수는 금요일과 주말, 공휴일 기준으로 주간 4회(오전11시, 오후1시·3시·5시), 야간 3회(오후8시·8시30분·9시) 가동한다. 출렁다리와 음악분수는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
연하협구름다리는 ‘충청도양반길’과 ‘산막이옛길’을 이어주는 보물 같은 존재다. 단순히 다리만 건너는 것만으로도 괴산호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충분하다.
연하협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본 괴산호. 잔잔한 호수 위에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오지마을-외부 연결 ‘연하협구름다리’
첩첩이 겹친 산봉우리 ‘가슴이 뻥’…괴산호도 한눈에
충북 괴산 연하협구름다리(167m)는 여행자들을 위한 다리라기보다 댐 건설로 길이 끊긴 오지마을을 외부와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다.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건너편 갈론마을까지 배를 타고 건너야 했지만 다리가 놓이면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다리가 놓이면서 혜택을 본 것은 마을주민뿐만이 아니다. 여행자 입장에서 연하협구름다리는 괴산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명소다. 다리 위에 올라서면 괴산호와 첩첩이 겹친 산봉우리가 가슴을 뻥 뚫어줄 만큼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리를 건너면 바닥이 강화유리로 돼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오고 그 끝에 다다르면 또 다른 괴산호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옛길 9경 중 5경으로 꼽힌다.
다리는 괴산호 트레킹코스인 ‘산막이옛길’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길은 산막이옛길주차장에서 괴산호를 끼고 산막이선착장과 산막이마을을 지나 연하협구름다리까지 이어지는 총 4㎞ 구간이다. 산길이지만 대부분이 평지로 이어져 있고 데크가 깔린 구간도 있어 호수의 정취를 느끼며 부담 없이 걷기에 좋다. 주차장에서 연하협구름다리까지 왕복으로 걸어도 좋지만 가볍게 산책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선막이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나오는 것도 방법이다. 산막이옛길에서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트레킹코스인 충청도양반길 2-1코스(총 9.5㎞)로 이어진다. 과거 양반들이 한양을 오가던 길을 그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구름다리 이용시간은 오전9시부터 하절기는 오후6시, 동절기는 오후5시까지다.
채계산출렁다리는 다리 기둥이 없는 무주탑 산악 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이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순창 여행 아이콘 ‘채계산출렁다리’
산등성이 잇는 270m…섬진강·적성 들녁 비경 탄성
전북 순창군 채계산출렁다리는 순창 여행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곳이다. 지난 3월 개통한 출렁다리는 코로나19로 제대로 선보이지도 못하다 최근에야 다시 문을 열었다. 두 산등성이를 잇는 270m 길이의 다리는 예당호 출렁다리보다 짧지만 다리 기둥이 없는 무주탑 산악 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이다. 지상에서 최대 90m 높이에 떠 있는 출렁다리 위, 중간전망대, 어드벤처전망대 등 각각 다른 시점에서 다리를 만끽할 수 있다. 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과 적성 들녘의 풍경도 압권이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개방한다. 단 코로나19로 출입이 수시로 통제되고 있으니 방문 전 미리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다.
대전 수통골섶다리는 계룡산국립공원 탐방로 수통골 코스에 놓인 다리다. 섶다리는 배가 다닐 수 없는 나즈막한 물가를 건너기 위해 임시로 놓인 구조물로 길이는 짧지만 쉼터와 저수지로 이어지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나지막한 물가 위 ‘수통골섶다리’는 숲속 풍경화
대전 수통골섶다리는 계룡산국립공원 탐방로 수통골 코스에 놓인 다리다. 섶다리는 배가 다닐 수 없는 나지막한 물가를 건너기 위해 임시로 놓인 구조물이다. 마을주민들의 이동을 위한 길로 나무를 엮어 한두 명이 건널 수 있게 놓은 전통방식의 다리가 그 시작이다. 지금은 케이블을 연결하고 아스팔트를 깐 대교가 흔한 세상이 됐지만 아담한 다리가 주변과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광을 연출한다. 수통골섶다리는 입구인 수통골분소에서 200m 거리에 놓여 있어 다리만 보고 오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다리를 건너 쉼터와 저수지·가리울위삼거리 입구·도덕봉입구를 지나 다시 돌아오는 1㎞ 남짓한 순환형 코스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물길을 따라 평지로만 이어져 있어 가볍게 걷기 좋고 걷는 내내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브릿지’는 세계 최고 높이의 타워브리지다. 두개로 갈라진 타워 꼭데기 구조물을 연결한 다리는 지상 541m 높이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다./사진제공=롯데월드
☞지상 541m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브릿지’선 짜릿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브릿지’는 서울 한복판에 온전히 스릴을 위해 만들어진 다리다. 롯데월드타워 최상단 루프의 두 개로 갈라진 구조물 사이를 연결한 스카이브릿지는 지상 541m 높이에 설치된 세계 최고 높이의 타워브리지다. 그동안 롯데월드타워는 120층까지만 일반에 공개해왔지만 스카이브릿지는 최고층부인 123층 정상이다. 스카이브릿지에 올라서면 전망대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전경이 펼쳐진다. 고개를 돌리면 북쪽으로는 북한산, 남쪽으로는 남한산성까지 서울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도로 위 차들은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보이고 웬만한 높이의 건물도 성냥갑 만한 크기로 축소해놓은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세계에서 네 번째라는 롯데월드타워의 높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스카이브릿지 투어는 기상이 안 좋은 날이나 동절기를 제외한 매주 일~목요일은 오전11시부터 오후9시까지, 금·토·공휴일 전일에는 오후10시까지 운영된다. 단 만 12세 미만 어린이나 체중 120㎏ 초과, 신장 140㎝ 미만, 혈압 및 심장질환 보유자 등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입장료는 전망대 입장과 브릿지 투어, 사진 촬영을 포함해 1인당 10만원이다.
/글·사진(서울·괴산·대전)=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