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온라인 의료정보학 저널’에 ‘대한민국 COVID-19 확진자 개인별 접촉 동선 추적 역학조사’ 논문을 게재한 여운탁(왼쪽) 대위와 연동건 대위. /사진제공=육군
현역 군의관 2명이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방역시스템 성과를 학술적으로 입증했다.
육군은 여운탁 대위(34)와 연동건 대위(34)가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온라인 의료정보학 저널’에 공동 연구한 ‘대한민국 COVID-19 확진자 개인별 접촉 동선 추적 역학조사’ 논문을 게재했다고 8일 밝혔다.
여 대위는 육군사관학교병원 신경외과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연 대위는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서 위탁환자 관리팀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환자 발생과 전파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전파경로에 따른 예후 및 전파력을 평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이 전파 확산 감소에 효과적인지 확인하는 것을 연구주제를 선정했다.
객관적인 수치와 데이터를 얻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방역대책본부에서 공개한 확진자 동선 자료를 활용해 2,357명에 달하는 확진자 개별 동선을 추적·분류한 뒤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여 대위와 연 대위는 이 분석을 통해 집단시설에서 감염된 확진자의 사망률이 비집단 감염 확진자의 사망률에 비해 10% 이상 높다는 것을 검증했다.
육군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집단시설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알려졌으나 사망자들의 감염 장소에 관한 연구와 분석은 부족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연구결과는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한 집중 관리와 이를 위한 방역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통계적 근거로 활용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지역사회의 감염 차단을 위해 실시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전체 감염과 집단 감염에 있어 확산세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것도 증명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내에서 2,000명이 넘는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 대위는 이 논문의 주저자, 연 대위는 교신저자로 이승원 세종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와 공동 연구했다.
영국의학회지 관계자는 이들의 논문에 대해 “코로나19 관련 최신 연구로서 관련 의학자들에게 활발히 공유할 필요성이 있어 세계보건기구(WHO)에 의견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여 대위는 “군의관으로서 생도와 장병 진료에 매진하는 것도 국가에 보답하는 일이고, 학술 연구를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도 국가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복무 기간동안 진료와 연구에 힘쓰는 군의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 대위는 “이번 연구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고위험 집단시설 집중 관리, 확진자 동선 파악을 포함한 역학조사 등 K-방역의 다양한 방법의 통계적 근거 분석에 집중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추후 방역의 효과를 예측하고 방역 계획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