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오른쪽)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7월7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한국형 전기차 배터리 동맹’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지난 7월 있었던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배터리 회동’ 후속 조치로 두 회사가 전기차 배터리의 선순환적 활용을 목표로 손을 맞잡았다. 단순한 공급 협력이 아닌 배터리 생애주기 전체를 감안한 협업으로, 향후 모빌리티와 배터리 업계 협력을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096770)은 8일 △리스·렌털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 △배터리 관리 서비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 관계 형성을 통해 양측은 ‘배터리 재활용→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전기차와 배터리 재사용을 통한 부가가치 최대화 등을 함께 이뤄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기아차 ‘니로 EV’의 배터리팩을 수거해 검증하는 실증 협력과정을 우선 진행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으로 더 이상 사용되기 어려운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재사용 방안, 차량 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 방안 등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공동 모색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현대차그룹과 SK그룹 관계사가 보유한 다양한 분야의 사업 인프라와 역량을 결합해 협력 분야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7월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의 회동에서 나왔던 방안이 더욱 구체화 된 것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당시 두 총수는 배터리 대여·교환·재사용 등 관련 서비스 플랫폼(BaaS·Battery as a Service)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논의를 더욱 구체화해 이번에 협력 단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조만간 삼성SDI·LG화학 등과도 구체화된 협력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은 “이번 협력은 모빌리티·배터리사 간 시너지 극대화의 첫걸음을 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경쟁력 강화와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