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제언] '개천절 집회' 이번만은 자제하자

'광복절 집회' 코로나 상흔 여전
與, 대유행 재발 우려 취소 촉구
野도 "정치공세 빌미 주지말자"

지난 8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 집회 참가자들이 운집한 모습./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기폭제 중 하나로 지목되는 ‘광복절 집회’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진보와 보수 성향 단체가 대규모 개천절 집회를 예고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민의 ‘일상 실종’과 ‘경제 충격’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겨우 멈춰 세운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번 집회로 다시 기세를 떨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보수 진영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집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무분별한 집회는 오히려 정부 여당과 진보 진영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8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사이에서는 “이번만은 제발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이전과 달리 국민의힘 의원도 ‘집회 개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경찰은 도심 대규모 집회에 대해 모두 금지를 통고하고 만일 주최 측이 이를 어긴 채 집회를 강행할 경우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현재 기준 참석자 10명 이상 규모의 개천절 집회 신고 71건에 대해 모두 금지를 통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수단체인 자유연대는 종로구 교보빌딩 앞, 경복궁역·현대적선빌딩 앞 도로 등 5개 구역과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각각 2,000명이 참가하는 집회·행진을 하겠다고 신고했다. 우리공화당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도 종로구 세종로와 효자 치안센터 앞 도로 집회를 비롯해 강남역·고속터미널역 집회 등에 3만명씩 참가할 것이라고 경찰에 알렸다. 진보단체도 다르지 않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도 중구와 서초구 등 총 15곳에서 500명씩 참가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집회 금지를 통고하고 있다”며 “집회를 강행하면 집결 단계에서부터 참가를 제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개별 의원이 산발적으로 집회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 자제 촉구 발언 수위와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야 할 때다. 앞서 광화문 집회 당시 보여준 묵인과 방관, 사후 선 긋기 등 소극적인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방침을 밝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내놓은 “개천절에도 비슷한 집회를 열려는 세력이 있다. 법에 따라 응징해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권이 확실히 선을 긋지 않은 채 집회가 강행될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 등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실제 보수단체가 참여한 광복절 집회 전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추이는 엇갈렸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34.8%(8월10~14일)를 기록한 민주당 지지율은 39.7%(8월18~21일)로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같은 기간 36.3%에서 35.1%로 하락했다.

야권은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쿠폰’ 발행 등을 단행한 정부의 방역 실패를 지적하고 있는데 그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서라도 집회 개최를 막아야 한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규모 집회가 문재인 정권이 방역실패에 대해 변명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해 집회 강행이 보수의 정치적 약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임지훈·한민구기자 jhl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