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강도 IT 때리기'에... 中 '데이터 안보 구상' 맞불

美, 수출금지 강화 등 움직임에
“디지털 시장서 일방주의 반대”
전세계 공통의 기준 제안하고
해킹 반대 등 명분쌓기 총력전
보조금 등 비판 커져 효과 의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에 참석해 중국의 방역업무를 총괄한 중난산 공정원 원사에게 공화국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난산은 지난 2003년 사스 대응 공로로 중국의 국민영웅으로 불린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발판 삼아 안으로는 ‘공산당 일당체제’의 정당성을 과시하고 밖으로는 디지털 산업의 중국표준 구축에 나섰다. 미국의 대중 경제제재에 맞서 반도체 재고 확보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각종 불공정 사례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여전히 높아 이런 노력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 봉쇄 7개월반 만에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여전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산당 일당지배와 이른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체제의 방역통제 우월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의미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중앙(CC)TV로 생중계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서 “지난 8개월여 동안 우리 당(공산당)은 전국 각 민족·인민을 단결시키고 이끌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코로나19 방역의 일상화를 이뤄나간다면 방역투쟁에서 전면적 승리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이런 성과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16일 이후 이달 7일까지 23일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해외 역유입 사례만 하루 10여명 발생하는데 이는 공항 검역 과정에서 대부분 걸러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9월 중으로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전면 정상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사실상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종식됐고 산발적 발생도 즉각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여주듯 시 주석은 이날 중난산 공정원 원사 등 코로나19 방역 유공자를 직접 표창하며 ‘코로나19 인민전쟁’의 성과를 자랑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에 참석해 중국의 방역업무를 총괄한 중난산(오른쪽 두번째) 중국공정원 원사를 비롯해 장바이리·장딩위·천웨이 등 수훈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중갈등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지지세력 구축에도 나섰다. 미국이 자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겨냥한 미국의 대대적인 공세에 맞서 데이터 안보의 국제기준을 정하기 위한 자체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전 세계 디지털 거버넌스 심포지엄 회의에서 디지털 시장에서도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그는 데이터 보안과 관련해 “다자주의를 견지하면서 각국의 이익을 존중하는 글로벌 데이터 보안규칙이 각국의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며 “일부 국가가 일방주의와 안전을 핑계로 선두기업을 공격하는 것은 노골적인 횡포로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타국의 정보기술을 훔치거나 파괴하는 행위 금지, 개인정보 침해 방지 조치를 취하고 불법적으로 다른 나라 국민의 신상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청정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발표해 중국 통신회사·애플리케이션·클라우드를 미국 등이 사용하는 인터넷 인프라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과의 기술전쟁 장기전에 대비한 포석에도 나섰다. 중국 해관총서의 8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반도체를 포함한 집적회로 분야에서 중국은 지난달 312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1.1% 늘어난 것이다. 월간 기준으로도 2018년 9월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가 일본과 대만 부품조달처에 ‘9월 중순까지 주문한 반도체를 납품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이 대외적으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실패와 사실 은폐가 팬데믹을 초래했다는 국제사회의 불만이 여전하고, 또 중국 내 구글·페이스북 등의 사용을 금지한 중국 정부의 디지털 쇄국주의도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김기혁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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