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정부는 말로만 재정 건전성을 강조할 뿐 여전히 나랏돈을 많이 쓸 궁리를 하고 있다. 당장 내년 예산안은 총지출 555조8,000억원 규모로 올해 예산보다 8.5%나 늘었다. 거듭된 팽창예산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우다 보니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6.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이달 안에 만들겠다고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조항을 둬 성장률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확장재정을 펼 수 있게 할 모양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나라 곳간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는가.
북유럽 국가들은 무턱대고 나랏돈을 쓰지 못하도록 철저한 국가채무 제동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복지 모범국가인 스웨덴은 재정준칙에 ‘GDP 대비 1%의 재정수지 흑자’를 내도록 못 박았다. 스웨덴의 국가채무 비율이 35.1%로 유로존 평균인 84.1%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이처럼 뼈를 깎는 절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위스와 독일은 재정 건전성 원칙을 아예 헌법에 명시했다. 특히 스위스는 수입총액을 넘는 지출초과액의 경우 후속 연도에 상환돼야 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담아 채무 제동장치에 강한 실효성을 부여했다. 이 정도의 브레이크 기능이 우리에게도 있다면 재정의 추가 악화를 미리 막을 수 있다. 현금을 살포하는 선심정책으로 표를 얻으려는 재정 포퓰리즘에 중독돼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오직 하나다. 북유럽의 스웨덴 같은 채무 제동장치를 배워 튼튼한 재정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