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EPA연합뉴스
테슬라 주가가 이달 들어 급락했지만 여전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대거 매수하고 있다. 지난달 고점 대비 30% 이상 주가가 빠졌지만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떨어지면 산다’는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전략이 해외 투자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주가 하락이 S&P500 지수 편입 불발과 차익 실현 수요 등 수급상 부정적인 요소가 많아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부에서는 ‘거품’이 걷히는 단계라며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도 다시 시험에 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테슬라 주식을 매수 결제한 금액은 10억8,411억달러에 달했다. 대개 주식 매매대금 결제가 주문을 한 지 2거래일가량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테슬라 주식이 5대1 액면분할한 날(8월31일) 이후 이달 3일 정도까지 매수한 총 금액은 9억1,200만달러(약 1조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테슬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달 2~3일 매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만 각각 7억달러와 2억달러를 기록해 이전보다 매수세가 더 강해지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달 31일 주당 498.32달러까지 올랐지만 이달 들어서는 33%나 급락하고 있다. 전일 장에서만 80달러 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확대되는 것은 테슬라의 최근 하락 이유를 단기 조정에 무게를 두고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월20일부터 3월19일까지 한 달 동안 테슬라의 주가가 917달러에서 361달러까지 급락할 때도 개인들은 테슬라 주식을 3억달러에 가깝게 사들이면서 3,241만달러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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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등 펀더멘털의 뚜렷한 변화가 없는 상황이어서 개인들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면서 매수세를 더 늘려나간 것으로 보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차익실현, 일본 소프트뱅크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40억달러대 콜옵션 매수, 개인 수급 악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저가 매수를 통해 지난달 31일 이후 테슬라 주식을 사모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현재까지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가 450달러선을 돌파해야 웃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이후 국내투자자들이 매수한 테슬라의 종가 기준 평균 매수 단가는 456달러다. 현재 테슬라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단기 조정에 힘이 실리기는 하지만 해외 일각에서는 거품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실제 이달 4일 테슬라는 정규장에서는 전거래일보다 11.32달러 오른 채 마감했지만 이후 시간 외 거래(애프터마켓)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편입이 실패했다는 소식에 40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미국 주식투자연구소 뉴컨스트럭트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최고경영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주당 500달러가 아닌 50달러에 가깝다”며 “앞으로 10년 내 일본 도요타처럼 고수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주가에는 여전히 거품이 끼어있다”고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