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군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솔한 언행으로 군 수뇌부의 처지가 난처해졌다고 8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최근 군을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와 호구로 칭했다는 시사잡지 애틀랜틱의 보도다. 3일 애틀랜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프랑스에 갔던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대전에서 전사한 미군 해병대원들의 묘지를 참배하는 일정을 앞두고 “내가 왜 패배자들이 가득한 묘지에 가야 하느냐”며 “전장에서 죽는 건 호구들”이라고 말했다. 군의 사기 저하로 직결될 수 있는 사안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장병과 참전용사 및 가족에 대해 최고의 존경과 경의를 품고 있다. 그래서 그는 우리 병력을 더 지원하려 노력해온 것”이라고 밝히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브리핑에서 군 수뇌부와 방산업체의 결탁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장병들이 자신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며 “펜타곤(미 국방부)의 고위 인사들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쟁을 계속해서 폭탄과 항공기 등을 만드는 훌륭한 회사들을 기쁘게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 통수권자가 군 수뇌부를 공개적으로 저격한 초유의 사태에 CNN방송은 “미군 수뇌부에 대한 전례 없는 공개적 공격”이라며 “놀라운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로이터연합뉴스
당황한 군 수뇌부는 즉각 의혹을 일축했다. 8일 제임스 맥콘빌 미 육군 참모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 평가를 삼가면서도 “군 수뇌부는 국가안보상 필요하고 최후의 수단일 때만 병력의 전장 파견을 추천한다는 걸 미국 국민에 확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 소장을 지낸 CNN 평론가 존 커비는 “대통령의 발언은 수뇌부와 장병의 헌신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에스퍼 장관이나 마크 밀리 합참의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면서 군산복합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갈등설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에스퍼 장관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적극 항명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에스퍼 장관을 경질하고 싶어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전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의 후임으로 로버트 윌키 보훈 장관을 검토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보도도 나와 두 사람 간 갈등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