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유동성위기가 현실화된 두산중공업(034020)이 다시 전방위 현금 조달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460억원 규모 기업어음(CP)과 전단채(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전날에도 400억원 단기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최근 그룹으로부터의 1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과 오너 지분 무상 증여 등 자구안 시행 계획도 발표했지요. 모두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서입니다.
두산(000150)중공업이 재무지표 개선을 서두르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약 1,730억원 규모의 채무인데요. 제일은행으로부터 빌린 314억원과 아랍에미리트 민간은행인 마쉬레크은행(Mashreqbank)에서 차입한 1,408억원의 조기상환 트리거 때문입니다. 이들 차입금에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BBB이하’로 떨어질 경우 즉시 갚아야 한다는 조건(트리거)이 달려 있습니다. 현재 이들 금융기관은 현재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중임을 감안해 트리거 발동을 유예해준 상황입니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이미 지난 6월 말 ‘BBB-(부정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신용도가 추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유동화채무 약 1,550억원어치(BB+)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할 경우 회사의 회복 시점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경우 최근 몇년 간 신용도가 악화하면서 차입구조를 단기화해 여파가 더 클겁니다. 회사는 내년 6월 말까지 전체 차입금의 89% 이상을 상환해야 합니다. 금액으로는 약 7조3,083억원입니다.(별도기준 유동부채)
일단 앞서 발표한 그룹 차원에서의 자구안이 실시될 경우 대규모 자본확충과 차입금 감축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재무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1조3,000억원)와 대주주 지분 증여(5,744억원)가 완료될 경우 두산중공업의 순차입금은 5조1,157억원에서 3조8,15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92.9%에서 171.0%으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