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방문해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사장으로부터 하반기 전략 제품인 마이크로 LED TV ‘더 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한 달 만에 다시금 경영현장으로 향했다. 검찰 기소로 자신과 회사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극도로 치솟은 가운데 이 부회장이 임직원과 함께 경영 최일선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3시15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깜짝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사장을 비롯한 세트 부문 사장단과 전략회의를 진행한 직후 전격적으로 이곳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부터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무선·생활가전 등 3대 사업축을 두루 챙기는 현장경영을 수행해왔다. 지난 1월 경기 화성 사업장에서 반도체(DS) 부문 사장단 간담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거의 매달 임직원과 스킨십을 쌓아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6일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워킹맘 직원들과 만나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달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여성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이후직장 및 가정 생활 변화, 여성 리더십 계발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이날 영업 현장을 방문한 것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수출 전선을 보완하는 생활가전 사업부의 역할에 힘을 싣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의 영향을 직접 확인하고 판매사원을 격려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판매사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중요해진 집의 가치를 ‘영업의 최전선’인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어떤 식으로 반영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추석 이후부터 시작하는 이사철과 블랙프라이데이까지 이어지는 가전 시장의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이 부회장이 현장 점검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영업 최전선인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이 땀에 젖어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또한 이 부회장은 하반기 전략 제품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더 월’을 비롯해 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며 매출이 증가한 의류 관리기 ‘에어드레서’, 프리미엄 라인인 데이코하우스의 빌트인 가전을 직접 구동해보며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덥지 않은 날씨였지만 전시품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살펴보면서 집중했던 이 부회장의 등에 땀이 맺히기도 했다. 방문 시점이 평일 오후여서 장을 보러 나왔다 가전 쇼핑을 위해 삼성디지털프라자를 들른 인근 거주민들이 이 부회장을 보고 깜짝 놀라는 일도 있었다. 일부는 이 부회장의 사진을 찍으며 “힘내세요”, “부회장님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해외 주요인사(VIP)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디지털프라자로 직접 데려가 전략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의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한 검찰의 공격에도 흔들림 없는 경영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현장방문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당분간 이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경영 현안을 챙기며 위기 극복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달 1일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을 기소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하기도 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