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개봉한 미국 SF 영화 ‘이너스페이스’는 공군 조종사가 잠수정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져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다. 조종사의 눈에 비친 인체 속은 신비한 우주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본 이들은 감탄하면서 언젠가는 이런 일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오늘, 당시의 SF 속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나노로봇 공학자인 김민준 미 서던멘소디스트대 기계공학과 석좌교수다.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암세포를 제거하고, 뇌 지도를 제작하고, 기업 접속까지 하는 나노 로봇을 연구하는 그는 신간을 통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크기의 나노로봇 세계를 알려준다.
책은 로봇공학 이야기 그 이상을 담았다. 그가 젊은 나이에 세계적 석학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과정도 들려준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교, ROTC 복무를 마쳤다. 심지어 어린 시절부터 난독증을 앓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이 있었기에 성장했고, 이제는 그가 다른 이들을 위해 손을 내민다. 김 교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면 다양한 학문 간 소통과 공동 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인간을 신세계로 인도할 나노로봇공학은 결코 혼자 하는 학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1만5,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