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비가 삼엄해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입구 앞을 의무복무 경찰들이 이동하고 있다./권욱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자녀가 병역을 면제받은 비율이 국민의힘의 4배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최근 야당을 향해 “군대 안 다녀온 분이 많다”고 하다가 전체 의원 중에서 병역면제자가 국민의힘의 1.5배에달하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자녀들은 이보다 많은 4배 이상이다.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를 두고 야권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군대에 아들을 보낸 모든 어머니를 괴롭히는 짓”이라며 감싸던 민주당은 정작 아들의 병역면제도 정당 중에 가장 많았다.
民 176명 중 14명 ‘면제’ 4명은 병명 ‘비공개’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신체검사에서 질병 등을 사유로 6급 판정을 받으면 병역이 완전히 면제된다. 5급은 전시근로역 대상자로 분류돼 실제 군복무를 하지 않고 민방위에만 편성돼 사실상 군 면제로 본다.
자녀가 병역을 면제받은 민주당 의원 14명 가운데 김진표, 이낙연, 정정순, 정필모, 전해철, 양경숙, 정춘숙, 이인영, 임호선, 김원이 의원 등 10명의 아들이 전시근로역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송기헌, 한병도, 김승원, 김홍걸 의원의 아들은 6급으로 완전 병역면제 받았다.
병역공개법 제8조는 개인 사정과 인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병역면제자가 질병명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무청 기록상 김진표 의원과 정필모 의원, 한병도 의원, 김승원 의원, 김홍걸 의원 등 5명의 자녀의 병역면제 사유(질병명)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김승원 의원은 4·15 총선 당시 아들의 군 면제 사유를 ‘혈우병’으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박진 의원과 태영호 의원의 자녀들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박진 의원의 장남은 악성종양으로 병역이 면제됐고 태영호 의원의 장남과 차남은 ‘분계선병면(병역면제)’ 사유로 입대하지 않았다. 분계선병면은 병역법 제64조에 따라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이주한 자가 받을 수 있는 병역면제다. 병역법 제3조에 따라 탈북자도 병역의무가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북한 출생의 입영대상자는 본인이 원하면 면제된다. 탈북민이라는 특수한 경우인 태영호 의원을 제외하면 현역 의원 가운데 아들이 병역 면제를 받은 의원은 15명, 이 가운데 14명이 민주당이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추 장관 사태를 지적하자 “(자식을) 군대에 보낸 모든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민주당 의원 14명의 자식이 병역 면제를 받아 야권(2명)을 압도했다.
의원 병역면제, 민주당 34명·국민의힘 12명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한 뒤 미소를 보이며 퇴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심지어 민주당 국회의원 중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의원 수도 세배, 비율로 따지면 1.5배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씨와 관련된 특혜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을 향해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한 것이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으로 드러난 셈이다.
서울경제가 지난 8일 21대 국회의원 병적기록을 조회한 결과 병역면제를 받은 민주당 의원은 총 34명으로 국민의힘(12명)보다 약 세 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별로 남성의원 대비 미필 비율을 따져도 민주당 22%, 국민의힘 14%로 민주당이 1.5배 더 높다. 민주당 의원의 미필 사유는 ‘수형’이 가장 많았다. 이인영·윤호중·송영길·송갑석·이원욱 의원 등 24명이 군사정부에 반대해 민주화 투쟁을 하던 중 수감된 결과다. 그러나 이광재·조오섭 의원 등 질병이나 신체검사 조건 미달로 면제를 받은 이들도 10명에 달했다. 김종민 의원도 수핵탈출증으로 면제를 받았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성민·하태경·최형두 의원이 수형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 탈북민 출신의 지성호 의원 역시 병역면제 대상이고 8명이 질병 또는 신검 조건 미달로 병역이 면제됐다.
집권여당이 헌법상 병역의무 가장 많이 예외
민주당은 현역 의원은 물론 자식들의 병역 면제도 야권에 비해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취재 결과 현역 의원들의 자제 가운데 24세 이전 해외출국을 이유로 자식의 병역판정이 연기된 의원 5명 가운데 민주당이 4명으로 국민의힘(1명)보다 더 많았다. 민주당 이상직(2017년), 이광재(2017년), 이성만(2019년) 의원의 장남이 해외로 나가 ‘국외입영연기’ 대상이었다. 특히 민주당 정태호 의원의 장남은 2014년 7월 출국한 후 현재까지 병역판정검사가 연기된 상태다. 정 의원은 장남이 ‘단독영주권’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국민의힘은 정동만 의원의 장남이 2016년 해외로 출국해 병역판정검사가 연기됐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이 헌법(제39조)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의원 본인은 물론 자녀들도 병역면제 사례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야당은 민주당이 병역 여부로 목소리를 높이는 행위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고난과 위험에도 국방의 의무를 위해 많은 어머니들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눈물짓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당을 향한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민주당은 이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본지 보도 이후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저의 둘째 아이는 현재 21살이고 심한 자폐아”라며 “저의 차남이 이 기사에 거론된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김인엽·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