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를 대검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 낸 사실을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최고 수장이 자체 인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총장 패싱’이다. 법무부가 임 부장검사에게 대검 감찰업무를 맡기는 과정에서 대검과 논의하지 않는 등 100% 배제한 터라 추미애 법무부장관·윤 총장 사이 갈등이 재점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임 부장검사를 오는 14일자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을 내는 과정에서 인사 등을 담당하는 대검 정책기획과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임 부장검사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 사실을 윤 총장조차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앞으로 함께 손·발을 맞춰야 할 대검 감찰 1·2·3과에서도 인사 소식을 알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임 부장검사가 내주부터는 대검으로 출근, 감찰 업무를 담당하게 됐으나 정작 총장은 물론 내부에서도 이날 인사에 ‘깜깜이’였던 셈이다.
임 부장검사가 울산지검에서 자리를 옮기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자리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지시를 받아 감찰 정책 등 업무를 담당한다. 앞서 대검 직제개편에서 감찰3과가 신설되는 등 감찰 부서가 확대된 데 따라 감찰정책연구관을 새로 만든 게 아니냐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통상 3개 과를 지닌 부서에서 기획(선임)연구관을 뒀다는 차원에서 신설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무리한 ‘밀어붙이기’식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인사를 내면서도 대검과 논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 부장검사가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검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여온 터라 ‘조직 흔들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조직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인사”라며 “대검에 논의조차 하지 않고 인사를 내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대검 감찰부장이 임 부장검사를 아낀다는 소문이 현실로 드러난 인사”라며 “임 부장검사 개인을 위해 직제를 만든 것도 이례적으로 최근 검찰이 운영되는 자체가 신기하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사들에게 이른바 ‘재갈 물리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메스를 대는 등 수사에 나설 경우 감찰이라는 카드로 압박할 수 있다는 것. ‘감찰→혐의 포착→징계’라는 과정을 통해 ‘비리 검사가 본인 허물을 감추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프레임을 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기획연구관과 같은 위치로 감찰부장과 감찰1·2·3과의 중간 단계로 보는 게 맞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암행·사무감찰은 물론 한 명의 검사를 겨냥한 특정감찰까지도 임 부장검사가 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부장검사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서 건의, 전국 검사에 대한 감찰권을 휘두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현재 추 장관은 물론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등 현 정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서 낸 인사라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현 정권에게 불리한 수사를 하는 검사들을 감찰의 재물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덕·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