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터널(손목굴) 증후군에 이어 만성 요통 환자에 대한 침 치료가 통증·감각을 개선하고 뇌 구조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김형준 박사와 미국 하버드의대 비탈리 내퍼도 교수팀은 매서추세츠종합병원의 만성요통 환자 78명을 침 치료군 18명, 가짜 침 치료군 37명, 기존 치료군(약물 등) 23명으로 나눠 촉각 예민도 등을 비교분석했다.
진짜·가짜 침 치료는 4주 동안 총 6회에 시행했다. 가짜 침 치료군은 효과가 좋은 침술 중 하나라고 안내한 뒤 혈자리(경혈)를 찌르지 않고 끝이 뭉툭한 침으로 피부에 약한 자극만 주거나 레이저 침 치료를 한다고 해놓고 전원을 넣지 않았다. 이어 전체 피험자의 허리부위에 컴퍼스 같은 도구로 피부 2곳을 동시에 눌러 피험자가 느낄 수 있는 두 지점 간 가장 짧은 거리를 재 치료 전후의 촉각 예민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진짜 침 치료군의 촉각 예민도는 18.5% 개선돼 만성 요통으로 둔감해진 허리부위 감각이 그만큼 회복됐다. 통증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불편감도 11% 감소했다. 가짜 침 치료군과 기존 치료군은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요통과 상관 없는 손가락에 같은 실험을 했더니 세 치료군 모두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을 이용해 허리를 자극할 때 활성화되는 1차 뇌 감각피질(허리영역 뇌 회백질)의 부피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허리 감각이 둔해질수록 허리영역 뇌 회백질의 부피가 증가하고, 진짜 침 치료군만 허리감각이 개선되면서 허리영역 뇌 회백질 부피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한의사이자 뇌과학자인 김형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객관적 지표로 나타내기 어려웠던 침 치료 효능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한 계기”라며 “향후 섬유근육통, 신경병증성 통증 등 다빈도 통증 치료 기전(메커니즘)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뇌영상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앞서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를 진짜·가짜 침 치료군으로 나눠 8주 동안 16회 치료하는 비교연구를 했다. 그 결과 진짜 침 치료군만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해 느려졌던 정중신경 전도속도가 빨라졌다.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정중신경이 지나는 검지·중지를 자극했을 때 뇌의 1차 감각피질에서 가장 활성화되는 영역의 꼭지점 간 거리(검지-중지 거리)가 줄어드는데 진짜 침 치료군은 이 거리가 평균 1.8㎜ 증가했다. 아픈 손과 관련된 뇌백질의 구조 이상도 일부 개선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