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에 26년 만에 연임한 수장이 탄생했다.
산업은행은 10일 이날 임기가 만료된 이동걸(사진)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산은에서 수장이 연임한 것은 지난 1990~1994년 이형구 총재(25~26대) 이후 처음이다. 1954년 설립 이래로는 네 번째 연임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연임에 뜻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내왔다. 6월 기자간담회에서 “주어진 일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히 피곤하다”며 연임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 지원, 쌍용차 등 과제가 산적하자 청와대에서 이 회장 연임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재임 중 금호타이어·한국GM·STX조선·동부제철 등 굵직한 구조조정을 매끄럽게 처리했는데, 그만한 인물을 찾기 힘들었던 것도 연임의 이유로 해석된다.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비해 연봉은 턱없이 적은 데 반해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 많아 지원자가 적었던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이 외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한은 금융통화위원 등 현 정부 들어 금융권 인사의 연임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03~2004년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전신) 부위원장을 지냈고 2007~2008년 금융연구원장으로 재임하는 등 금융 관련 사안에 잔뼈가 굵다. 기업 구조조정과 M&A 과정에서 청와대·정부의 방침에 맹목적으로 따르던 관행과 달리 산은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진보학자인데도 노동계에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회장은 6월 쌍용차 노조에 대해 “더 희생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는 “기업의 노조가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정년연장까지 요구하면 결국 대한민국 제조업과 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당장 11일 열릴 예정인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아시아나 M&A 경과를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는 부진한데 외국계 은행의 대출회수로 유동성에 비상등이 들어온 쌍용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산은은 뉴딜펀드 운용사 선정, 가이드라인 작성 등 정부 역점인 뉴딜펀드의 실무도 담당한다. 이 회장은 평소 혁신기업이 줄줄이 탄생할 수 있게 산은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관련 정책 드라이브도 걸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