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두산(000150)이 연 5.4% 고금리를 내세워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낮은 신용등급과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투자자를 망설이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나머지 450억원 중 350억원은 주관사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100억원은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나눠 떠안게 됐다.
저신용등급에 대한 냉랭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고금리를 제시했지만 시장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두산의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적격등급 하단이다. 회사는 이에 따라 이번 회사채 희망 금리를 연 4.9~5.4% 수준으로 제시했다. 두산이 보유한 개별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4곳이 평가한 평균 금리) 4.481%와 등급민평금리 5.466% 수준이다.
그간 저신용 회사채를 담아주던 증권사 리테일(소매) 수요도 없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BBB 회사채는 기관들 수요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등급”이라며 “고금리 상품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들마저 두산을 구조조정 중인 기업이라고 인식하면서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장에 상반기부터 이어진 비우량 회사채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펀더멘털 약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앞서 현대일렉트릭(A-), AJ네트웍스(BBB+), 한진(BBB+) 등도 잇따라 시장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