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절묘한 개입…4차 추경에도 국고채 금리 '잠잠'

국채 7조5,000억 추가 불구 10일 금리 변동 없어
한은, 연말까지 5조원 국채 매입 미리 발표 영향



정부가 59년 만에 편성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7조 5,000억원의 적자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기로 했지만 10일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적자 국채 발행에 한발 앞서 국고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한국은행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구원 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일 0.915%로 전 거래일 대비 변동이 없었다. 지난 7일 0.973%까지 치솟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일 한은의 국고채 매입 계획이 발표되며 이틀에 걸쳐 0.058%포인트 하락한데 이어 이날 오전 0.903%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조정을 받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517%로 전 거래일 대비 0.001%포인트 하락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7일 1.572%까지 올랐다가 0.055%포인트 떨어진 상태다. 이날 오전 1.503%까지 하락했다가 소폭 반등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국고채 금리는 내년도 대규모 예산 등으로 적자 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 불안 조짐을 보였다. 지난 7일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올해 저점이었던 지난달 5일(0.795%) 대비 0.178%포인트 올랐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연중 저점이었던 지난 7월 30일(1.281%) 대비 0.291%포인트나 치솟았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채권값의 하락을 뜻한다.

한국은행 앞 /연합뉴스

시장금리가 급변동 가능성을 보이자 한은이 선제적으로 국고채 매입 확대에 나서면서 금리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장 불안으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정부의 재정지출이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구축 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고채 발행이 확대되면 채권시장 불균형과 시장금리 급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고채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날 4차 추경 발표가 예정된 만큼 국고채 매입 계획 발표 일정을 조율해 국고채 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은의 국고채 매입 발표가 물량 부담을 덜었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4차 추경 발표 직후 “7조 5,000억원의 국고채가 추가 발행돼 (수급 부담에 대한) 염려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행스럽게도 한은이 5조원의 국고채를 매입한다고 발표해 국고채 시장의 물량 부담을 상당히 덜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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