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에서 한 남성이 ‘채용’을 알리는 현수막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의회는 실업자에게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 수당이 경제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온 것으로 보고 있죠.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을 때 사람들은 이 수당으로 임대료와 식비, 의료비 등을 충당했죠. 그런데 사실 이 보조금은 시행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주당 600달러라는 액수 때문인데, 이 금액이 대부분 실업자의 기존 임금을 넘어서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임금보다 실업수당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근로의욕을 꺾을 것이라고 주장했죠.
과연 이 보조금은 실업자들에게 구명줄로 작용했을까요? 아니면 아예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을 생각조차 하지 않게 만들었을까요? 뉴욕타임스(NYT)의 기사를 전합니다.
실업수당 나오자 지원자 '0명' |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커리어 센터 앞에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AP연합뉴스
실업수당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정당에 따라 시각이 엇갈립니다. 민주당은 보조금과 근로의욕 사이의 연관관계를 부정하며,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을 제공하는 것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공화당은 보조금 때문에 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200달러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죠. NYT는 단순하게 보면 공화당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실업자 10명 중 약 7명의 경우 기존 임금보다 실업수당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받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보면 일을 하지 않고 수당을 받는 것이 당연히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볼티모어에 자리한 한 공장의 칼 리베세이 부사장은 공화당의 주장에 손을 듭니다. 이 회사는 최근 8명의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전형을 진행했는데, 서류 통과자의 절반만 면접에 참여했고 최종 합격자의 절반만 실제로 출근을 했습니다. 이들 중에서도 25%는 첫주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정부의 실업수당 정책이 만료되고 불과 2~3일 만에 지원자의 수가 무려 3배나 증가했습니다. 이것도 잠시. 정부가 300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승인하자 지원자의 수는 다시 감소했죠. 리베세이 부사장은 “공짜 돈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고용주들은 이와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 자영업자 총연합회가 조사한 소상공인의 3분의 1인은 정부의 이번 보조금 지급으로 채용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습니다.
'단기' 실업수당보다 '장기' 일자리 선택 |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남성이 굳게 잠긴 직업센터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업수당이 임금을 넘어서는데도 사람들이 직장으로의 복귀를 원하는 이유는 뭘까요? 프랭클린 탬플톤의 소날 데사이는 “최근의 결과는 정부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직장에 복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앞을 내다보기 때문에 실업수당보다는 직장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시카고대와 뉴욕대 연구진도 이와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설사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실업수당은 결국 한순간에 불과하다는 거죠.
특히 경기가 불황일 때 낮은 임금과 경력 단절이 영구적일 수 있는데다 다른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은 많은 가치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왈트 로웬도 이에 동의하며 실업수당에 대해 그런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10주 동안 기존의 직원 75명 중 상당수를 해고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이후 10~15달러라는 시급으로 복귀했습니다.
전문성 따라 복귀 시기 엇갈려 |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