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만나긴 했는데●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러시아·인도 3국 외교장관이 3자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 자이샨카르(왼쪽부터) 인도 외교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이날 회담에서 중국과 인도 외무장관은 국경분쟁으로 인한 사태 악화를 막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AFP연합뉴스
중국과 인도가 사실상의 국경인 실질통제선(LAC)을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이 분쟁 격화를 막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양국 외교장관의 전격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지속해온 국경에서의 갈등과 무력충돌 가능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전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나 양국 간 다섯 가지 긴장완화 방안에 합의했다.
먼저 중국과 인도는 양국 지도자가 달성한 관계발전의 중요한 공동인식에 따라 갈등이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어 국경 지역의 현재 상황이 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양국 수비대가 대화를 계속하고 불필요한 접촉을 피해 현재 사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존의 양국 국경 관련 규정을 준수해 국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은 삼가기로 했다. 또 국경 문제 특별대표 회담 체제를 통해 소통하고 국경사무 교섭과 협조업무 체제 교섭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긴장상황 완화와 함께 새로운 상호 신뢰회복 대책을 실행해 국경 지역의 평화안정을 유지, 심화시켜가기로 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이날 회동에서 “양국은 이웃 국가로 갈등이 있는 것은 정상이지만 갈등을 양자관계의 적절한 위치에 놓아야 한다”면서 “양국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협력 파트너로서 서로 위협하지 않고 발전하는 전략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도 인도 측에는 총격 등 기존 합의를 어기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모든 인원과 장비를 철수시켜 현재 상황을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이샨카르 장관은 중국과 인도 국경 지역의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인도는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국경의 긴장을 완화하고 국경 지역의 평화를 회복해나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양국 외교장관 회동은 지난 5월 국경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 뒤 처음이다. 앞서 7일 중국과 인도 국경 인근에서 양국군은 45년 만에 총기까지 동원한 충돌을 겪은 바 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여전하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 관계자는 45년 만에 중국과 인도 국경에서 일어난 이번 총기사건에 대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제든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를 중국에 날린 셈이다. 특히 7일 히말라야 국경에서 벌어진 총격전은 양국 갈등이 언제든 무력충돌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국 간 총격전이 벌어진 것은 1975년의 서부 국경 악사이친 총격전 이후 처음이다. 현지에서는 작은 충돌이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양국 간의 현 교착상태는 어떤 상황으로든 번질 수 있다”며 “군사충돌·국지전·확전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양국군은 국경지대 인근의 병력을 크게 늘렸고 군사 관련 시설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은 신형 곡사포와 탱크 등을 배치했고 국경분쟁 지대 인근에 폭격기까지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군도 T-90탱크를 투입하고 미그-29전투기와 공격헬기 아파치를 전진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 상황에 대해 양쪽이 전쟁을 시작하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어느 쪽도 물러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영사관 폐쇄 조치를 주고받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인도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박성규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