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9일 자민당 주최 토론회 직후 손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1일 일본의 휴대폰 요금이 40% 정도 인하돼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이날 자민당에서 연 온라인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이 밝혔다. 스가 장관은 또한 일본이 지난 수년간 입국관광이 급증한 주요 원인은 비자 발급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스가 장관의 발언은 일본 이동통신 업계의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한 것이다. 스가 장관은 그동안 통신요금 가격 인하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주장해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인하폭을 딱 정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NTT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 등 일본 이동통신 3사는 스가 장관의 발언을 추가 가격 인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스가 장관은 지난 2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표명 기자회견에서 통신 요금과 관련해 “사업자 간 경쟁이 작용하는 구조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총무상 시절부터 사업자 간 건전한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를 주장해 왔다. 이후 이통3사는 보다 저렴한 새로운 요금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통신요금과 단말기 대금을 분리하는 규정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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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게 스가 장관의 입장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세계 주요 도시 6곳의 휴대전화 요금 순위에서 도쿄가 제일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역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를 대상으로 올해 3월 ‘20기가바이트(GB) 요금제’를 기준으로 한 이 조사에서 가장 비싼 곳은 8,175엔인 도쿄(NTT도코모)였고, 뉴욕이 7,990엔으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서울은 6,004엔(약 6만7,000원)으로 3위에 올랐다.
NTT 도코모의 한 간부는 “이익률 20%가 높다지만 그런 회사는 통신업계 말고도 또 있다”며 반발했다. 소프트뱅크의 한 임원은 “가격 인하가 현실화 하면 5세대(5G)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스가 장관의 총리 취임은 통신 대기업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일본 이동통신 시장은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 3사가 과점 체제를 유지하던 상황에서 올해 4월에서야 후발 주자로 라쿠텐이 합류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은 지난 6월 각료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국과 비교해 일본의 휴대전화 요금이 높은 수준이라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요금이 낮아지도록 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