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서 발음한 중국어…영어의 흑인 비하단어처럼 들려 논란 |
지난 8월 20일 그렉 패튼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줌을 통해 진행한 커뮤니케이션 강의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일부 학생들은 “명백하고 정확하게 인종 비하 용어로 들렸다. 미국 사회의 맥락을 고려할 때 중국어는 주의 깊게 사용돼야 한다”며 “흑인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상처가 되는 단어였다”고 비판에 나섰습니다. 일주일 뒤 대학 측은 패튼 교수로 하여금 이 강의를 중단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제프리 개럿 학장은 “패튼 교수가 영어에서 인종 비하 단어와 매우 유사한 중국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며 “이 때문에 고통받고 분노한 학생들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패튼 교수 역시 학생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대학 교수 교체 결정에 비판 이어져 |
패튼 교수에 대한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처분결정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트위터 캡쳐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6년 7월 중국 남광저우에서는 중국인 남성이 이 단어를 말하는 것을 들은 흑인이 자신을 비하하고 있다고 착각,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대만에서도 같은 오해로 인해 몸싸움이 벌어질 뻔했습니다. 중국 출신의 농구선수 야오밍도 미국 NBA에서 활동하는 동안 이 단어로 인해 문제를 겪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배려를 의무로 생각하지 말아야 |
한국이라고 해서 타 언어를 욕설로 착각할 만한 일이 없을까요? 러시아어로 ‘감사하다’는 말과 중국어로 ‘식사했니?’라는 말도 사실 한국어의 욕설과 비슷하게 발음됩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죠. 방탄소년단처럼 현지인을 의식해 먼저 특정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는 ‘배려’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엄연히 다른 언어에 존재하는, 그것도 경멸적인 의미가 아닌 단어임에도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욕설처럼 들린다고 해서 사용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폭력이 아닐까요.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