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공부방 잃은 ‘공시족’을 잡아라”…대학가 고시텔의 변신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로 스터디카페·독서실 영업 중단
고시원·원룸텔 등 학습공간 잃어버린 공시생들 겨냥해
기존 월세 단위 계약방식에서 하루 단위로 쪼개서 대여
주 고객인 외국인 유학생 급감에 직격탄…자구책 차원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가 인근의 고시텔. 이방은 월세 42만원이지만 1만원 가량을 내면 하루를 독서실처럼 사용할 수 있다./허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학가 고시원과 원룸텔들이 수도권의 방역조치 강화로 학습공간을 잃은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 잡기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 고객층이던 외국인 유학생들의 발길이 끊기자 당장 공부방이 급한 공시족 유치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공시족의 발길을 끌기 위해 기존 월세에서 하루 단위로 쪼개 방을 빌려주는 등 계약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주요 대학교 인근 고시원과 원룸텔업계가 최근 들어 기존 월 단위의 계약 관행을 깨고 짧게는 하루 단위로 방을 빌려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수도권의 방역조치 강화로 지난달 말부터 커피숍 내 착석금지는 물론 스터디카페와 독서실 영업마저 한시적으로 중단되면서 학습공간을 잃은 고시생과 취업준비생들을 잡기 위해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A 고시원은 수도권의 방역강화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새로 공부할 장소를 찾아나선 이들을 겨냥해 하루 단위로 방을 빌려준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곳은 평소 월세 42만원씩 받는 방을 하루 9시간 기준 1만원에서 1만5,000원 가량을 받고 빌려주고 있다. 숙박까지 포함할 경우 하루 2만원선이다. A 고시원 사장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대학교 시험기간에 일주일 단위로 방을 빌려준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하루 단위로 방을 대여해주는 적은 처음”이라며 “수도권의 방역조치 강화로 공부할 장소가 줄어든데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나만의 독립된 공간이 갖춰진 고시원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A 고시원처럼 대학가 인근에 있는 고시원이나 원룸텔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 고객층 가운데 하나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입국이 금지되거나 짐을 싸 떠나면서 빈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경우 목돈의 보증금을 내기 어려워 단기계약이 가능하고 월세가 저렴한 고시원이나 원룸텔 등을 주로 이용해왔다.

서울 마포구의 B 원룸텔도 지난달 말부터 처음으로 하루 단위의 계약을 받고 있다. 예년 이맘때만 해도 빈방을 구하기 어려웠지만 주 고객인 외국인 유학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년 만에 빈방이 생겼다. B 원룸텔 사장은 “인근 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찾았는데 코로나19 이후 비자발급이 어려워지자 방을 빼기만 하고 새로 들어온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계약취소가 속출하면서 어떻게든 빈방을 메워보고자 하루짜리 계약도 처음 시작했는데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학생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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