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에 마련된 코레일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 고사장에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정부가 만들어내는 직접 일자리가 내년에는 100만개를 넘어선다. 이 중 노인 일자리만 80만개에 육박한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용시장에서 공공부문이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정부가 재정으로 직접 일자리를 찍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노인 일자리 등 임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일자리 예산안 30조6,039억원 중 직접일자리 부문은 3조1,164억원에 달한다. 직접일자리 예산이 3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일자리 규모도 올해 94만5,000명에서 102만8,000명으로 늘어난다.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1조2,944억원으로 총 78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 역시 올해 74만개에서 4만5,000개 늘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지난 1일 “직접일자리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서 내년도에도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의 고용 악화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직접일자리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고용정책이 코로나19 이전부터 공공부문·단기일자리 중심이었다고 지적했다. 직접일자리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 규모는 2018년 51만개에서 올해 74만개로 급증세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23만개나 늘었다. 일자리의 대부분은 노인 돌봄, 전통시장 환경개선, 하천 쓰레기 줍기 등으로 노동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변화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으로 찍어내는 직접일자리에 의존해서는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용정책이 공공에서 민간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접일자리는 고용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임시방편”이라며 “직업훈련을 하면 인적자본이 남지만 직접일자리는 남는 게 없다. 낭비고 예산의 탕진”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