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듣기 싫은 청원 무시한다면 게시판 무슨 의미 있나

청와대가 11일 검찰 인사와 수사지휘권 발동 논란을 빚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해임 또는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청원 주장을 반박하는 영상 답변을 내놓았다. 해임과 탄핵 청원은 각각 24만명, 21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직쇄신을 도모하기 위한 검찰 인사” “수사지휘를 통해 공정성 훼손 우려를 바로잡은 것”이라는 등 추 장관의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관련 청원은 비공개 처리돼 논란을 키웠다. 8일 ‘본인 아들의 편의를 위해 다방면으로 청탁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해임시켜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왔지만 13일 오후 현재 비공개 상태다. 청와대는 “공직자 가족이면서 수사 중인 사안은 비공개 처리가 원칙”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과 장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등에 대한 청원도 비공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 총장 장모 의혹과 관련한 일부 청원은 지금도 버젓이 게시돼 있다. 청와대 측은 “윤 총장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가족 관련 내용은 몇 줄 포함돼 있어 공개한 것”이라고 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청와대는 국민적 관심을 모은 ‘시무 7조 상소문’ 청원 역시 비공개 처리했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론이 확산되자 보름쯤 지나서야 뒤늦게 공개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은 59만명가량의 동의를 얻었지만 청와대는 388자 분량의 서면 답변만 내놓았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과 쌍방향 소통을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정권에 유리한 청원은 포퓰리즘 정치에 활용하고 쓴소리를 하는 청원은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많으니 국민의 하소연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권의 입맛대로 취사선택하는 게시판은 무용지물이 될 뿐 아니라 되레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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