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복무 기간 휴가는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이른바 ‘황제복무’ 관련 의혹을 제기한 당직병사 현모씨의 실명을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단독범’ 등의 표현을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선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죄송하다”면서 일부 표현을 수정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현씨에 대한 거친 비난이 쏟아져 논란이 일고 있다.
황 의원의 이른바 ‘좌표 찍기’에 극성 지지자들이 당직사병 현씨를 향한 수위 높은 막말까지 동원하자, 야권은 물론 일부 여권 내에서도 자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속정당이나 정치적 신념을 떠나 국회의원이 한 개인에게 정치적 폭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황 의원은 서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을 제기한 당직 사병의 실명을 공개하고 범죄자를 의미하는 ‘범’이라는 표현을 써 야권 등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황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 아들 관련 모든 시작은 당시 당직사병의 증언”이라고 쓴 뒤 “당직사병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황 의원은 당직 사병의 실명을 ‘현 병장’으로 수정하고, ‘단독범’ 등의 단어를 삭제했다. 또 논란이 된 게시물에 대한 네티즌의 지적이 이어지자 13일 댓글을 달아 현씨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방송 캡쳐 화면을 댓글로 올렸다. 언론사가 먼저 당직 사병의 실명 공개를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거듭 제보자의 신상을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겁박을 하는 것이며,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됐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을 통해 다시 거론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현씨의 신상이 황 의원을 통해 공개되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현씨의 진술이 모두 허위라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면서 “끝까지 추적해서 사회에서 매장을 시켜버려야 한다”, “이놈 위에 배후가 있을 것이다. 민형사 소송을 해야 한다”, “쳐죽일 XX”, “이 놈이 추 장관님 아들 음해한 행정병이다”, “너의 사회생활은 여기서 끝났다”, “전우끼리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등의 힐난을 퍼부었다.
수위 높은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씨 얼굴이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를 공유하며 “페이스북에 프로필을 개로 바꾸어 놓았는데 자신이 개X새끼 인줄 아는 모양이다. 용서받는 길은 국민의힘이 어떻게 유혹했는지 양심선언 하면 된다”, “개보다 못한 놈 때문에 나라 꼬라지가 엉망진창이다” 등의 표현으로 조롱하는가 하면, “아버지가 불량품이다. 저 XX 엄마 뱃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며 원색적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애초 현씨 제보가 정치적 음모라는 이들의 주장은 황 의원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황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현씨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당직사병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그 세력이 의도하는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하자 지지자들도 현씨를 범죄자로 몰아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현씨를 향해 단 댓글의 일부. /페이스북
이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하루 종일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답답하다”며 “촛불정신을 지키자고 한 것이 얼마나 지났다고. 정말 최근에 국회의원들이 여기저기서 앞 다투어 한 마디씩 하는 걸 들어보면 눈과 귀를 믿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만약 그 주장이 설령 사실과 다르다고 해도)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 정신이냐”며 “국민이 범죄자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금 전 의원은 “소속정당, 여야, 진보보수 이런 모든 걸 다 떠나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국회의원의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 의원이) 아예 ‘문빠’들에게 좌표를 찍어준 셈”이라며 “국회의원이 한 힘없는 개인에게 가한 폭력이다. 완전히 실성했다”고 맹폭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이, ‘촛불 정권’의 핵심이라는 사람이 스물일곱 먹은 청년을 똑같이 몰아세우고 있다”며 “여당 국방위 간사가 내부고발자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국가전복세력이다” “배후가 있다” “철저히 발본색원해야 한다” 삼십 몇년 전 우리가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른바 86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학생 운동하던 시절 제 부모님 생각도 나고 스물일곱 먹은 제 딸 생각도 납니다. 저 청년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지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아니다’며 용기를 낸 예비역 병장을 거대 권력이 겁박하는 이유가 뭐냐. 34년간 입었던 군복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외압의 실체를 폭로한 예비역 대령을 겁박하는 이유는 뭐냐”며 “대검에서부터 동부지검까지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된 검찰 인사를 주물럭거린 이유는 뭐냐. ‘당정협의’를 통해 면죄부를 생산해 낸 이유는 뭐냐”고 물었다.
원 지사는 “추 장관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을 망가뜨렸다. 국방부도 망가뜨렸다. 다음은 권익위, 그 다음은 외교부 차례냐”며 “권력기관을 잠시잠깐 옥죌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재갈을 몰리려는 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의 끝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광진구 자택을 나서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