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로 국내 개별 주식 선물 거래량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공매도로 투자 위험을 분산해왔던 외국인투자가들이 공매도 금지 조치에 손발이 묶이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개별 주식 선물 투자로 대거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유안타증권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취해진 올해 3월부터 8월 말까지 거래된 개별 주식 선물의 주간 평균거래대금은 14조원에 달했다. 공매도가 이뤄지던 지난 2018~2019년의 평균 주간 거래대금이 약 6조3,000억원인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해보면 1조5,400억원가량이 증가했다.
거래 주체로는 외국인투자가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연초에서 2월 말까지 개별 주식 선물 거래를 한 외국인은 전체의 42% 수준이었지만 3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비중은 51%로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로 투자 위험을 분산해왔던 외국인들이 공매도 금지 조치의 영향으로 주식 선물 거래에 눈을 돌린 결과”라고 말했다. 공매도는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로 주식·채권 등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낸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채권을 구해 매입자에 돌려주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주식을 비싸게 판 후 싼 가격에 다시 사들이면 시세차익을 볼 수 있으므로 하락장이 예상될 경우 활발해진다. 정 연구원은 “연초부터 공매도 금지 전까지 하루 평균 공매도 금액이 약 2,5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기존 공매도 수요가 거의 다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하락장에 대응하는 분산 투자 상품으로 코스피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 상품도 주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인버스 2X ETF’의 경우 연초부터 2월 말까지 일평균 2,650억원이 거래됐지만 3월 초부터 8월 말에는 하루 평균 1조2,490억원 규모로 거래됐다. 정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79%에 그쳐 공매도 금지로 인한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3월 급락장 이후 개인투자자들 역시 헤지 상품에 큰 관심을 갖게 돼 인버스 ETF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대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공매도를 6개월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3월16일부터 단행했다. 이로써 공매도는 기관투자가 중 일부인 유동성 공급자(LP)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됐으며 외국인은 공매도를 완전히 못하게 됐다. 금융위는 9월부터 공매도를 다시 허용할 예정이었으나 다시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내년 3월까지 6개월 조치를 연장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