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반도체는 미래 성장동력인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의 기초라는 점에서 미중 간 본격 충돌은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강화된 제재가 15일부터 시작된다. 화웨이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반도체 공급선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초강력 규제다. 화웨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20%, 통신설비 시장의 35%를 주무르는 공룡기업이자 중국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이날 발표된 반도체 업계 역대 최대 인수합병(M&A)인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도 반도체 기술패권을 거머쥐려는 미국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시에 진행된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재편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촘촘하게 엮여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 기업들은 ‘빅바이어’인 화웨이가 떠난 10조원 규모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급선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하는 비상회의를 잇따라 열고 올 하반기 경영계획을 새로 손보고 있다. 회의주제는 화웨이를 대체할 거래선 확보에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자체 기술 개발과 우회공급, 영업망 구축을 통해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엔비디아의 ARM 인수 등 굵직한 대외변수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다”며 “현재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기존에 작성했던 연간 경영계획과 사업계획을 큰 폭으로 수정하면서 상황을 시시각각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