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의 폭증세를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고소득·고신용자의 신용대출을 집중 점검한다. 또 수요가 늘어난 비대면 대출의 적절성도 살피는 한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도 검토한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은 14일 오전 국내 5대 주요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및 카카오뱅크의 여신담당 임원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폭증하자 금감원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초저금리 영향에 따른 가수요 차단에 주력하기로 했다. 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출이 늘어난 중·저소득층의 생계형 수요는 제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신용·고소득자의 대출이 절차대로 이뤄지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우량 차주라 하더라도 비대면으로 수억원씩 대출받는 부분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고신용·고소득자 대출한도가 일반의 최대 두 배가 되는 심사기준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억대의 신용대출이 주택 구입 등 다른 부분에 쓰일 수 있는지 점검하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고소득자의 경우 상환을 옥죄더라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단기간에 신용대출이 줄어들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또 금리 경쟁이나 비대면 편의성을 통해 신용대출이 과열될 수 있으니 이를 자제할 것도 주문했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는 “비대면 대출이 대면 대출보다 한도가 높은 점 등을 지적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에서는 “회의 전부터 자체적으로 현행 최대 신용대출 한도가 소득 대비 200%인 게 과하게 높지 않은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DSR 강화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아직 검토 단계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DSR 관련 현장 점검에 나설 수 있으니 은행이 사전점검을 확실히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에는 DSR 50% 이상이면 본부에서 추가 심사했는데, 앞으로는 40% 이상이면 추가로 심사하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기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김지영·빈난새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