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일곱째 달 곧 그달 첫날은 너희에게 쉬는 날이 될지니 이는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이요 성회라, 어떤 노동도 하지 말고 여호와께 화제(제사)를 드릴지니라”(구약성서 레위기 23장 23~25절) 유대인들의 설날은 유대력으로 7월1일이다. 구약에 뿌리를 두고 있다. 태양력으로는 9~10월 즈음이다. 하나님이 인간, 즉 아담과 이브를 창조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히브리 말로 ‘로슈 하샤나(Rosh Hashanah)’라고 부른다. 로슈는 ‘머리’ 또는 ‘시작’을, 하샤나는 ‘해’를 의미해 한 해의 첫날을 뜻한다.
유대인들은 이때 1~3일 동안 쉬며 기도와 회개로 보낸다. 새해가 오기 전에 허물과 빚을 해결하고 새해 첫날에는 성경을 읽고 회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을 만나면 “샤나 토바(Shana Tova·좋은 한 해 보내세요)”라며 인사한다. 우리 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비슷하다. 양의 뿔로 만든 나팔(쇼파르)을 부는 풍습이 있어 ‘나팔절’로 불리기도 한다. 나팔 소리를 통해 영적으로 무기력한 이들을 깨워 다가올 심판을 준비하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오후에는 시냇가로 가서 주머니를 털면서 죄를 털어내는 의식을 갖는다. 음식으로는 사과와 빵을 꿀에 찍어 먹고 석류를 즐긴다. 한 해가 달콤하며 행복하고 석류알처럼 풍성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로슈 하샤나가 시작되는 오는 18일부터 3주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을 봉쇄하기로 했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0~4000명에 달하자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극약 처방을 내렸다. 전국 단위 재봉쇄령을 내린 국가는 이스라엘이 첫 번째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번 조치로 사람들은 집에서 500m 내에 머물러야 하고 학교와 쇼핑센터는 문을 닫는다. 이스라엘 언론은 봉쇄에 따른 경제적 손실 비용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유대교 신자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에 분노를 표시하기도 한다. 정부가 방역을 위해 한가위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한 우리네 사정과도 닮았다. 여호와든 조상님이든 안전한 명절이 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오현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