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국내시장법(The internal market bill)’이 영국 하원에서 첫 관문을 넘었다. 하원의 최종 표결 절차가 남았지만 국제법 위반 논란이 많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브렉시트 협정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파장이 작지 않다.
14일(현지시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에서 시행된 제2독회 표결에서 국내시장법이 찬성 340표, 반대 263표로 통과됐다. 국내시장법은 입법절차의 다음 단계인 제3독회로 넘어가 상세한 심사 등을 거치며 제3독회를 마치고 의결되면 하원을 최종 통과하게 된다. 이후 상원을 거쳐 여왕의 재가를 얻으면 정식 법률로서 효력을 가진다.
BBC는 여당이 80석가량을 더 확보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주간 입법과 관련해 세부 조사를 받는 만큼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보수당 중진인 사지드 자비드 전 재무장관을 포함한 보수당원들은 최종 법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보수당의 로저 게일 의원 역시 BBC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국제법을 지키기 위한 “원칙의 문제”로서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전직 영국 총리들 모두 국내시장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존 메이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테리사 메이 전 총리에 이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안된 (국내시장법) 내용에 매우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전 메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제프리 콕스 하원의원도 이날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시장법이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명성에 손상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국 정부는 국내시장법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표결에 앞서 하원에서 진행된 5시간의 토론에서 유럽연합(EU)의 현재 접근방식으로는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이동하는 상품에 대한 과도한 점검과 함께 관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안이 영국의 “경제적·정치적 온전함”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EU 탈퇴협정 의무를 지킬 준비가 돼 있지만 EU가 영국을 분열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 상황은 용인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9일 영국 정부는 연말까지 설정된 브렉시트 전환기간 이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 등 영국 국내 교역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국내시장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브렉시트 전환 기간 이후 북아일랜드에서 다른 영국 지역으로 건너가는 상품의 통관확인 절차를 두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지만 EU 단일시장에 남아 EU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EU 탈퇴협정과 상충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