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넥쏘에 탑재되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최초로 해외에 수출했다. 이번 수출건은 자동차가 아닌 분야에 수소연료전지를 처음으로 수출했다는 의미도 있어 우리 수소산업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추진해온 수소 사업 영역 확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현대차는 16일 부산항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4기를 유럽 2개국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수출되는 수소연료전지는 스위스의 수소저장 기술 업체인 ‘GRZ테크놀로지스’와 유럽의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제공돼 친환경 발전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수출한 수소연료전지는 넥쏘에 사용되는 95㎾급 연료전지 시스템이다. 수입업체인 GRZ와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비상전력 공급용 및 친환경 이동형 발전기를 제작할 예정이다.
GRZ는 독자적인 수소저장합금(메탈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 업체로 메탈 하이브리드 컴프레서 및 수소 흡착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와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이 회사와 수소저장 기술과 관련해 협력을 추진해왔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차에서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것으로 수소차 가격의 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친환경 발전기로 활용되며 수소차뿐 아니라 열차·선박·드론 등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지난 7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형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뿐 아니라 전력 분야에서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친환경 선진 시장인 유럽에서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 4,987대가 팔린 넥쏘를 앞세워 수소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292대의 넥쏘를 판매했으며 지난 7월에는 세계 최초로 30톤급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양산해 수출했다.
현대차는 이번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출을 발판 삼아 미국·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 사업의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은 선박이나 열차·도심형항공기·빌딩·발전소 등 일상의 모든 영역과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는 현재 20여개 해외 업체와 수소연료전지 판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번 수출이 에너지·선박 등 다양한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친환경 에너지 기술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를 핵심 수출상품으로 육성해 수소경제 확산에 기여하고 그린뉴딜을 본격 추진한다는 것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 시장은 표준도 마련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