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폭증에…'음식포장' 백판지 날았다

상자 내외장재 활용 백판지 수혜
한솔제지·깨끗한나라 등 호실적
인쇄용지는 부진…사업다각화 나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로 제지 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택배 박스에 쓰이는 골판지, 화장품·과자 등 상품 포장지로 활용되는 백판지는 잘 나가는 반면 전통의 인쇄용지 업체는 비대면 확대 속에 부진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골판지·백판지 등 산업용지의 성장이 앞으로도 가파를 것으로 보면서 인쇄용지 업체들은 감열지 등 고부가가치의 특수용지로 다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솔제지, 깨끗한 나라, 세하, 한창제지 등 백판지 업체가 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100%가량 증가한 이들 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택배 및 배달 시장 성장으로 특수가 기대된다. 실제 백판지 시장 점유율 40%로 국내 1위 한솔제지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425억원(현대차증권 예상)으로, 지난해(1,053억원)보다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솔제지가 수익이 좋지 않은 인쇄용지 부문도 꾸리고 있음을 고려하면 백판지 성장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신풍제지의 백판지 제조 설비를 인수한 한창제지도 점유율을 기존 6%에서 19% 수준까지 올려 실적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실적 호조 원인은 여러 갈래로 분석된다. 일단 택배 시장 성장이 첫손에 꼽힌다. 통상 택배 박스를 만드는 골판지 업체만 수혜를 입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택배 박스 내외부 포장으로 백판지가 활용된다. 그래서 골판지만큼은 아니어도 실적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배달 주문이 늘면서 음식 포장 등에 쓰이는 백판지 수요가 늘고 있고, 과거에는 거의 없던 마스크 포장 수요가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백판지의 원재료인 폐지 가격 하락으로 기업들로서는 원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택배 및 배달 시장 성장이라는 순풍마저 불어 실적이 좋다”며 “최근 추석 대응 수요도 가세했다”고 말했다.

택배 물량 증가로 골판지 업체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신대양제지의 경우 올 상반기에 매출 3,022억원, 영업이익 413억원을 거둬 영업이익률이 13%에 달할 정도다. 하반기도 여전히 코로나 영향권에 있어 실적 호조세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무림페이퍼, 한국제지 등 인쇄용지 업체는 사정이 어렵다. 재택근무 활성화, 학교 수업 파행, 온라인 교육 성장 등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빠졌다. 내수, 수출 모두 좋지 않다. 업계의 한 임원은 “한국제지가 백판지 업체 세하를 인수한 데서 보듯 인쇄용지 업체 입장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필수”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