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발(發) 메모리반도체 수주절벽이 4·4분기부터 본격화하며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매출감소·가격하락 이중고를 견디기 위해 재고 조정과 함께 프리미엄 제품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4·4분기 가격하락에 대비해 재고 조정에 나선다. 4·4분기 가격하락 폭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 조정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하락은 내년 1·4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반도체의 약세는 3·4분기 들어 시작됐다. 하지만 화웨이 러시오더가 이를 떠받쳤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금수조치가 본격화하는 지난 15일을 앞두고 두 업체로부터 약 6개월치 재고를 ‘싹쓸이’해갔다.
추가 공급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데 연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4·4분기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재고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의 상승세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가 강화되는 시점인 지난 14일까지 이어졌다”이라며 4·4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당장 9월 말 발표될 고정거래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며 고정거래가격은 5~6월 3.31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3·4분기 들어 하락하며 7~8월 3.13달러에 머물렀다. 통상 업체들이 분기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보합세는 이달 말까지 이어지거나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매출 손실액 계산에 돌입했다. 화웨이 매출이 비는데 가격까지 두자릿수대로 하락하면 실제 손실액이 예상보다 클 수 있어서다. 화웨이가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약 7조3,000억원이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가운데 화웨이 차지 비중은 11.4%(약 3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부 매출 손실을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메꿀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매출 비중은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보다 작은데다 이 또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수요가 견조한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파고를 넘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D램(3세대 10나노급(1z) LPDDR5) 양산 등 초격차 실력을 보여준다. 또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중 경기 평택 낸드플래시 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곳에서 최신 190단대 V낸드를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4·4분기 176단 3D 낸드 출시를 목표로 내년 경기 용인에 122조원을 투자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첫 삽을 뜬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