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공식 방문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완화되면 10월부터라도 판문점 견학과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사업을 신속하게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판문점에서 소규모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길 희망한다는 뜻도 전했다.
이 장관은 16일 판문점을 찾고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다면 10월부터라도 판문점 견학과 DMZ 평화의 길을 신속하게 재개할 것”이라며 “판문점에서 소규모 이산가족 상봉도 제의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판문점을 찾아 주요 시설을 살펴보고 현장의 직원들을 만나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장관은 판문점 내 자유의 집,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 등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지역 등을 둘러봤다.
이 장관은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해야 할 의미있는 시간에 코로나 19 상황이 계속되고 남북의 시간이 멈추면서 저와 여러분들만 있는 점이 많이 아쉽다”며 “하지만 둘러보면 이곳 여기저기에 평화를 향한 남북 정상의 노력이 서려 있다”고 운을 뗐다. 이 장관은 “‘분단의 공간’이었던 공동경비구역에는 비무장한 남북 군인들이 서 있고 두 정상이 심은 나무도 온전히 뿌리를 내렸다”며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호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되었고 화살머리고지에서는 전사자의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DMZ도 감시초소가 일부 철수되고 평화의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7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이야기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국민들께서 평화를 더 많이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최근에도 분쟁이 발생하는 중동이나 서남아 지역의 국경분쟁, 남중국해에서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을 보면 그에 비해 남북관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와 함께 “그런 점에서 남북 정상의 역사적 결단과 합의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며 특히 군사적 갈등상황을 막아내는 장치로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가 중요한 기능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금도 우리는 합의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호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남북 간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입법과정을 통해 대북전단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해 조정해 시행했다”며 “물론 우리의 노력에 비해 비핵화 협상이 더디고 여전히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교류와 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다”면서도 “북측도 나름대로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이 우리 측 일부 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해 재설치하려던 확성기를 철거하고 대남전단 준비도 중단한 것도 평가하면서 “지난해 창린도에서 실시한 해안포 사격훈련이나 올해 5월에 있었던 GP(감시초소) 총격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북측은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는 우리만의 평가는 아니다”라며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최근 토론회에서 북측이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남북의 시간’ 재개를 위해 앞으로도 남북 공동의 노력이 계속돼야 함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이 당장 할 수 있는 인도분야와 교류협력 분야의 ‘작은 접근’부터 (진척시켜) 나가려 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부분도 꽤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그전이라도 보건의료, 방역협력, 기후환경 분야의 인도협력은 한미간의 소통을 바탕으로 정세와 관계없이 연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지속돼야 남북미가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한 협의 채널이 복원되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윤경환기자·판문점공동취재단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