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정책자금 '4,000억' 수혈... 금호, 고속버스사업 매각할까

산은, 지원 규모 산정위해 정밀실사 준비
금호익스프레스 물적분할로 매각 쉬워져
PEF 등 관심... 몸값 4,000억원 안팔일 듯


금호산업(002990)의 지분을 담보로 이미 맡긴 터라 추가 담보제공을 위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새로 만든 것이다. 당시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앞두고 박삼구 전 회장 등이 보유한 지주사 주식에 설정된 질권 등의 법리적 장애물 제거를 위해 1년 기한으로 돈을 빌려줬었다. 지난 4월 만기가 돌아왔지만 한 차례 상환을 유예해 줬다. 이번 물적분할로 여차할 경우 채권단이 고속버스 사업부를 매각하기도 쉽게 됐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선 금호익스프레스도 결국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호고속은 이미 대부분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거나 유동화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장부가액 기준 1조2,275억원 규모의 자산을 담보로 9,834억원을 빌렸다.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유형자산(7,458억원)과 투자자산(5,909억원) 대비 92%에 달하는 수준이다. 광주신세계에 2033년까지 20년간 광주터미널의 유스퀘어 임차권을 주는 대신 받아온 5,270억원도 포함돼 있다.


자본금을 까먹을 만큼 경영 실적도 나쁘다.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4,339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792억원)을 기록했다. 막대한 손실에도 연차배당을 통해 63억원을 대주주 등에게 돌려주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18년 273%였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334.6%까지 올라선 상황. 더욱이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상황이 더 악화했다.


채권단인 산은도 금호그룹이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이 충분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고속이 공공 인프라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부실화하면 아시아나 정상화에도 악영향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 등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했다”면서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 철저하게 할 거고 안전장치도 충분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대현 산은 부행장도 지난 11일 지원안 발표 당시 “대주주와 회사 종업원 등 이해 관계자 공통 분담을 전제로 유동성을 지원해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구안은 산은과 향후 맺을 특별약정 등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고속이 매물로 나올 경우 주요 인수후보는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PEF 등이다. 몸값은 4,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고속을 인수했던 2017년 당시 몸값은 4,375억원. 당시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 719억원과 비교하면 6.1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기준 금호고속의 상각전 영업이익(617억원)에 이를 적용한 기업가치는 3,750억원 가량이다. 현금흐름이 나빠진 경영 실적과 코로나19 사태 등을 고려할 경우 몸값은 이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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