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10억배 이상 증폭해 확진자를 선별하는 PCR 검사와 달리 바이러스가 가진 특유의 단백질을 찾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전문적인 의료기기를 사용해 오랜 시간 유전자를 증폭하는 PCR 검사에 비해 확진 여부를 짧은 시간 내에 판별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다.
핵심 논란은 코로나19 검사 정확성이다. 만약 자가진단 결과 코로나19에 감염 됐는데도 감염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당사자는 마음 놓고 사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 본인은 물론 주변에도 ‘재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자가진단키트의 정확성이 상당하고, 선진국들도 이미 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긴급 사용 승인을 한 항체 자가진단키트는 민감도(양성을 가리는 능력) 97%, 특이도(음성을 가리는 능력) 100%를 보였다. 가격도 PCR 방식의 15%에 불과하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영국이 하루 19만명, 미국이 하루 100만명의 진단검사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국내 검사 건수는 너무 적다”며 “전 국민에 자가진단키트를 제공해 무증상 환자를 선별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속진단키트는 몸 안에 바이러스 양이 많은 경우에만 양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민감도가 PCR 검사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민감도가 90%라고 하더라도 100명의 확진자 중 10명을 놓쳐 추가 전파를 차단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신테스트기와 달리)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는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방역당국은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해져 유럽이나 미국처럼 광범위한 감염이 발생해 PCR 검사로 대응이 어려울 때는 자가진단키트의 활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자가진단키트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2016년부터 2년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던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일반인이 검체를 체취해 자가진단키트로 확인하는 검사방법 자체가 쉽지 않아 정확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떨어진다”며 “부정확한 결과는 오히려 코로나19를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은 의료 접근성이 낮아 자가진단키트가 유용할 수 있지만 국토가 미국에 비해 현저히 작은데다 전국에 2,000여개의 보건소를 확보한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고려할만한 방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