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규제에…"재건축 '물딱지' 팔고 싶어도 못팔아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 지위 양도 불가능하고
입주권 2년 실거주도 의무화
매수자 찾기 어려워 매물 쌓여
기존제도 믿고 산 매수자 피해


# 지난 2016년 경기도 내 비규제지역의 한 소규모 재건축 아파트를 구매한 A씨. 지난 6·17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고민이 늘었다. 각종 규제로 현재 실거주 중인 주택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정리하려고 하는데,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탓에 처분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A씨는 “팔지도 못하는데 다주택자라고 온갖 욕은 다 먹고 있으니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처분 압박’을 높이고 있지만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워낙 많은 규제가 상충해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다주택자가 많은 탓도 있다. 재건축 주택 보유자도 그중 하나다. 2017년 8·2대책 이후 A씨 사례처럼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에는 일부 예외 사례를 제외하고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물딱지’ 재건축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규제 대상이 된 다주택자들은 재건축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재건축 주택을 팔게 되면 입주권을 얻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이른바 ‘물딱지’ 물건이 된다. 집주인이 손해를 감수하며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조합설립 이후에도 일부 예외 사례의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면서 5년 이상 거주했고, 1가구 1주택자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혹은 사업이 지연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3년 이상 착공하지 못한 경우도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지난 6·17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의 경우 2년 실거주를 해야만 입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예외조건을 채웠더라도 매수자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한 집주인은 “긴 호흡으로 투자를 결정한 건데 개개인의 재산권은 아예 고려 자체를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겹 규제에 시장은 혼선=복잡한 규제 탓에 입주권을 구입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새 아파트 당첨이 불가능해 거액의 프리미엄을 얹어 입주권 투자에 나섰는데, 알고 보니 전 주인이 조합원 지위 양도 예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식이다.

한 전문가는 “재건축 아파트 매입 시에는 사전에 ‘물딱지’ 지분이 아닌지 체크해야 한다”며 “부동산 정책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선의의 피해자들도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땜질식 규제’를 쏟아내는데다 소급 적용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다 보니 이 같은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법이란 건 일반 상식에 맞춰 수요자들이 따를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기존의 제도를 믿고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만큼 새로운 정책을 낼 때는 구제책을 확실히 마련한 뒤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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