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경제효과 "특정 업종, 지역에 국한"

이재명發 '지역화폐 효용성 논란'
지역소비 활성화 효과 인정하지만
조정식 "지역간 양극화 심화" 지적
김광두 "지역·국가 후생증대 불일치"
재정학회 "고용 긍정영향 결론 못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소비지원금 지급안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을 강하게 비판하며 촉발된 지역화폐 논란이 실효성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정 지역의 소비 활성화 효과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재정여건에 따른 양극화에다 특정 업종에만 수혜가 집중되는 부작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국고 보조금이 확대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17일 조세연의 보고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전국 지역화폐 발행 금액은 지난 2016년 1,168억원에서 2018년 3,714억원, 올해 9조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도 함께 늘어나면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지역화폐의 역효과를 담은 보고서로 논란의 시작점이 된 조세연 역시 지역화폐의 지역 소비 진작 효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지사가 인용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사랑상품권 전국 확대발행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는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역 내부에서 생산유발액이 최소 309억원, 부가가치유발액이 최소 149억원 나타난다고 추산했다.


특정 지역 내에서 현금보다 빠르게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은 지역화폐의 강점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경우 법정통화와 달리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유통속도를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빠른 유통속도는 침체한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정부 재정지출 부담이 늘어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적 효과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등 떠밀기 식 지역화폐 발행은 재정상황이 열악한 소형 지자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서 “추가 지역화폐 발행이 가능한 지역 위주로 경제 활성화가 진행되고 나아진 재정여건으로 더 많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보다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구성의 오류’라는 개념을 들어 “지역들 개별 단위의 후생 증대가 국가 단위의 후생 증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남시·경기도 지역 입장에서 평가할 때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평가할 때는 상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지난해 재정자립도는 68.4%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높았고 지역화폐 누적 발행액은 4,681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업종별로도 지역화폐 발행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인천e음 카드의 업종별 결제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일반음식점 등 상위 11개 업종에 전체 결제액의 87.2%가 집중됐다. 하위 업종의 전체 결제금액 대비 비중은 2% 이하로 낮았다.

고용 효과에 대한 주장도 엇갈린다. 한국재정학회는 경기도 성남시 등을 대상으로 지역화폐의 고용 효과를 조사한 결과 “어떤 경우에도 지역화폐 발행이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조세연은 임시일용직 등만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논란이 확산하며 지역화폐 문제는 정치화되는 모양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지역화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면서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15조원대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상인연합회와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공동성명에서 “지난번 경기도에서 지역화폐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면 저희는 장사를 접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잘못된 연구로 우리가 직접 느낀 사실을 호도하지 말아달라”고 조세연을 비판했다.

하지만 익명의 국책연구기관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는 2019년 데이터가 새로 들어오는 만큼 한 번 더 (연구를) 해봐야 하고 데이터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며 “새로운 데이터로 별도 보고서를 내는 것은 연구기관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효정·하정연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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