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디바' 신민아 "호평? 아직 보여드릴게 많아요"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직도 보여드릴 게 많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연기한 지 올해로 20년을 맞은 배우지만 신민아는 새로운 얼굴, 연기에 목말라 있다. 출중한 외모 탓에 연기보다는 얼굴과 몸매로 주목받아온 그는 영화 ‘디바’를 통해 무한한 잠재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내면의 욕망과 마주하는 ‘다이빙계 디바’로 다시 태어난 그는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해냈다.

다이빙 장면을 위해 무려 네 달 동안 매일 훈련을 받았다. 잔머리 한 올 없이 올려 묶은 머리와 화장기 없는 민낯에 수영복을 입고 실제 다이빙대에서 힘껏 몸을 던졌다. 여기에 질투와 시기, 죄책감과 억울함, 욕망과 고통, 혼란이 뒤섞인 얼굴을 표현해야 했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힘들었을 신민아는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촬영 현장 자체를 즐겼다.

신민아는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진행된 비대면 온라인 인터뷰에서 “현장 스틸을 보면 항상 밝게 웃고 있더라.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촬영하는 시간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즐기려고 노력했다”며 특유의 러블리한 미소를 지었다.

다이빙계의 퀸 이영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되었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그린 영화 ‘디바’에서 그는 독보적 실력에 외모도 출중한 전 국민적 사랑을 받는 주인공 이영을 연기했다. 그는 의문의 사고로 절친이자 동료였던 수진이 사라진 후 자신도 몰랐던 수진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혼란에 빠진다. 급기야 수진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생각에 휩싸이고, 최고의 자리를 향한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러블리함’의 대명사였던 신민아의 변신에 시사회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서늘하고 낯선 얼굴을 보여준 그는 쏟아지는 칭찬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나조차도 새로운 얼굴에 낯설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사랑스럽고, 밝고 건강한 캐릭터를 많이 했었더라고요. ‘디바’에서는 이영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연기를 하다 보니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창백해보이거나 서늘해 보이는 모습이 드러났죠. 감독님이 그런 얼굴을 많이 살려주셨고, ‘나한테도 이런 얼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반갑기도, 낯설기도 했어요. 신선하기도 했죠.”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신민아가 연기한 이영은 복잡다단한 감정을 쏟아내야 했다. 다이빙 선수로서 늘 순위에 매겨지고, 평가받고 메달을 따기 위해 경쟁한다. 이로 인한 시기와 질투, 욕망과 광기가 드러나고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는 죄책감, 후회, 고통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예민하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어야 했어요. 영화의 이야기가 장르상 꼬여 있기도 하고 복잡하지만, 우리가 한번쯤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영에 공감이 갔고, 연기를 할 때는 오롯이 이영이의 감정만을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이영이 처한 상황이나, 내가 이영이었었더라도 저러한 선택을 했을 것 같았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최대한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이영이의 감정이 너무 과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알 것도 같은데 모를 것도 같은 미묘한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죠. 이를테면 이영이의 감정 폭발이라는 방점을 과연 어떤 장면에서 찍을까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 방점에 따라서 이영이 가진 압박감의 깊이가 달리질 것 같아서 고민했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이빙 선수 역할로 고된 훈련을 해야 했던 것도 힘들지만, 배우로서 몸매가 다 드러나는 수영복 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을 드러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앞선 제작보고회에서 “수영복이 전투복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에게 있어 수영복은 부담감이자 캐릭터의 힘을 실어주는 고마운 장치였다.

“수영복이 사실 제일 부담됐어요. 외적으로 너무 적나라하지 않을까, 다이빙을 하고 물 속에서 옷이 돌아가지는 않을까 복잡한 걱정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영화 들어가기 전부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죠. 몸매를 부각시키거나 너무 여성스러워 보이는 시선으로는 촬영을 하지 않을 거라고 안심을 하게 해주셨어요. 초반에는 그런 부분들이 부담스러웠지만, 사실 그게 중요했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편해질 수 있었죠.”

“영화상에서 샤워할 때 제 등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정말 수영선수 같아서 놀랐어요.(웃음) 수영복이라는 장치가 캐릭터의 힘을 살려줬죠. 그래서 싸울 수 있는 전투복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이빙 선수 역할을 하면서 신민아는 간접적으로나마 실제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실력과 컨디션, 멘탈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점이다. 배우도 크게 다를 게 없다. 늘 대중의 평가가 잇따르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디바’ 시나리오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낼 수 있었다.

“다이빙 연습을 하면서도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잘하겠다는 마음만 앞서면 떨어저셔 다치는 경험을 했어요. 컨디션과 멘탈을 붙잡고 있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했죠. 촬영에 필요한 동작을 위해 4개월 연습하면서도 정말 힘들었는데, 다이빙 선수들은 평생을 목표로 잡아놓고 연습을 하는 것에 존경심 마저 들었어요. 모든 게 쉽지 않구나 생각이 들었죠.”

“배우도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내가 이걸 해내야 결과가 나오고, 끊임없이 평가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가 무너지면 끝없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멘탈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나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요. ‘이 작품도 나한테 기회가 왔으니까 즐기면서 재미있게 해야지’라며 나 자신과 소통을 했어요. 앞으로도 나 자신을 너무 쥐고 흔들지 않고, 뭐든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그에게 ‘디바’는 ‘귀한’ 작품이다. 여성 중심의 서사를 그리는 ‘디바’는 여배우로서 가졌던 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야 여성 중심의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지만, 20년 간 활동해온 신민아에겐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여성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투자받아 개봉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동안 여자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기회가 많지 않았죠. 앞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데뷔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열정은 같아요. 앞으로 기존 캐릭터들과는 다른 성숙한 여성 역할이나 악역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슬럼프도 있었고, 하기 괴로웠던 작품들도 있었어요. 지금까지 견뎌낸 내 자신을 칭찬하고 싶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또 너무 들뜨지 말라고도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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